아스팔트 실적이 아스콘 실적이라고?

2025-09-03 13:00:03 게재

부산시 중앙대로 아스콘업체

선정과정에서 허위실적 논란

지역업계 “이상한 심사” 지적

부산시가 중앙대로 도로확장에 나서면서 아스콘 실적이 아닌 아스팔트 실적으로 아스콘 생산업체를 선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아스콘은 석유 부산물인 아스팔트에 골재·자갈·모래·첨가제 등을 혼합 가열해 만든 제품으로 재료인 아스팔트와 다르다.

부산시청 전경 부산시가 중앙대로 도로확장에 나서면서 아스콘 실적이 아닌 아스팔트 실적으로 아스콘 생산업체를 선정해 논란을 빚고 있다. 사진 부산시 제공

3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시 건설본부는 지난해 10월 ‘중앙대로 확장공사 특허 공법(자재) 선정을 위한 기술제안서 제출 안내 공고’를 냈다. 동래 롯데백화점~금정구청 사이 도로확장에 사용될 개질아스콘 특허공법을 가진 아스콘 생산업체를 선정한다는 내용이다.

건설본부는 애초 아스콘 제조업체인 A사를 선정했지만 지난해 12월 ‘정량평가 점수 계산이 잘못됐다’며 갑자기 2순위였던 B사로 바꿨다. 두 업체의 점수차는 불과 0.8점이다.

그런데 1순위로 선정됐던 A사의 이의제기 과정에서 B사의 허위실적 문제가 불거졌다. B사가 제출한 실적이 모두 아스콘 생산실적이 아닌 아스팔트 납품실적이었기 때문이다.

건설본부는 공고에 개질아스콘 특허공법 보유업체 중 ‘최근 5년 내 지자체나 공기업에서 발주해 준공된 시공실적’을 요구했다. 아스콘 생산업체를 찾는 공고이므로 시공실적 또한 아스팔트가 아닌 아스콘이어야 한다.

하지만 건설본부는 B사가 제출한 아스팔트 납품실적 9건을 아스콘 생산 실적으로 인정했다. B사는 시공실적에서 10점 만점을 받았고, 0.8점 차로 A사를 뒤집을 수 있었다.

B사는 아스콘 배합기술이 있지만 아스콘 공장은 없다. B사가 제출한 시공실적은 다른 아스콘 업체가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나 부산시건설안전시험사업소 등에 아스콘을 생산해 납품한 실적이다. B사는 이들 아스콘 업체와 아스팔트를 거래한 기록만 있다. 그런데도 건설본부는 시공실적으로 인정해 만점을 줬다.

A사 관계자는 “재료 일부를 아스콘 회사에 납품했다고 아스콘 실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어느 법규정에도 없다”며 “철근이나 콘크리트를 납품했는데 아파트 시공 실적으로 인정해 준 것이나 다름없는 이상한 심사”라고 주장했다.

B사는 아스콘 배합에 관여했다는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아스콘 생산공정 전 과정에 참여했고 이것이 시공실적으로 인정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B사와 거래한 업체들의 대답은 다르다. 이들 업체들은 “B사가 아스콘 공정에 관여한 것은 없다”며 “탱크에 아스팔트를 부어주고 간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직접시공이나 임가공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배합과정조차 관여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B사의 실적이 일부라도 인정되지 않으면 시공실적 점수가 깎여 업체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그러나 부산시 건설본부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건설본부 한 관계자는 “B사의 아스팔트가 들어가 아스콘이 생산된 것이므로 실적으로 인정했다”고 말했다.

A사는 국민권익위에 중앙행정심판을 제기한 상태다. 중앙대로 확장공사는 동래구 롯데백화점 앞에서 금정구청까지 3.27㎞ 구간으로 6차선 도로를 10차선으로 늘리는 작업이다. 개질아스콘 공사비는 24억9000만원으로 내년 7월까지 완공해야 한다.

곽재우 기자 dolboc@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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