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유출 방지, 관련 법 정비 필요”
형사법무연구원, 핵심기술 해외유출 대응 토론
“영업비밀 유출이 감지돼 수사를 의뢰하면 결과가 나오기까지 3~5년이 걸리기도 합니다. 1심 재판만 4년 걸린 사례도 있습니다.” “유출된 기술이 핵심기술인지 판정하는 시간을 줄이는 게 중요합니다.” 한 자동차 업체 기술안보 담당자의 말이다.
국가핵심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관련 법의 정비와 함께 수사·재판 절차 등 종합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과 송재봉·김남근·김기표 국회의원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공동으로 ‘국가핵심기술 해외유출 대응 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참석자들은 기술유출 수법이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외국 기업이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뒤 연구자를 영입하거나, 주요국에 본사를 먼저 만든 뒤 연구진을 이직시키는 등 마치 국내 기업 간 인력이동인 것처럼 위장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술보호는 더 이상 민사 중심의 분쟁 사안이 아니라 형사정책과 안보전략이 결합한 국가적 보호체계로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국가핵심기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정된 산업기술로 올해 5월 기준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 13개 분야에서 79개가 지정되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0~2024년 핵심 산업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사례는 105건에 달하고 이 중 국가핵심기술 유출도 32건이나 된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이 기간 피해는 23조원에 이른다.
김유근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조발제에서 “산업기술보호법·국가첨단전략산업법·방위산업기술보호법 등은 기술의 해외유출·침해 사건 발생 시 일관된 법적용을 가능하게 한다”면서도 “미수범·음모·몰수규칙 등에 처벌 기준이 달라 규율의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긱술 발전속도가 빠른 국가핵심기술이나 전략기술을 법률에 빠짐없이 열거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포괄적인 위임입법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심미랑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법제도연구실장은 “지식재산 전담부가 설치된 법원에서 기술유출만 전담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기술유출 사건을 합의부에서 집중 심리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손승우 법무법인 율촌 상임고문은 “기술유출 사건은 수사에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되고, 손해·피해액을 산정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피해액을 전문적으로 산정할 수 있는 기구가 필요하다. 또한 연구개발(R&D) 투자금을 피해액으로 인정하는 방안 역시 법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