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의 모든 것을 담은 ‘그림책꿈마루’
배수지에서 ‘꿈을 담는 공간’으로 … “그림책 통해 꿈과 미래 생각해 보는 계기 되길”
경기도 군포시에 위치한 그림책꿈마루는 그림책을 주제로 한 라키비움이다. 라키비움은 도서관(Library) 아카이브(Archive) 박물관(Museum)의 합성어로, 책과 자료의 보존 전시 교육 기능을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을 뜻한다. 그림책꿈마루는 그림책 2만여권을 소장, 보존하는 것은 물론 그림책 전시와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시민들이 그림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꿈 안에는 욕망과 희망이라는 두 단어가 포함돼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아이가 꿈을 통해 자기의 욕망을 실현했지만 결국엔 희망으로 나아갈 수 있는 오늘을 살게 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그림책을 만들었습니다.”
이소영 그림책 작가는 1일 그림책꿈마루 아리움 소극장에서 열린 그림책꿈마루 2주년 기념 ‘배리어 프리(무장애) 그림책 포럼 모두의 그림책’에서 자신의 작품 ‘파란 아이 이안’과 ‘바람’에 대해 언급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관객 70여명은 이를 지켜보며 몰입하고 공감했다. 질의응답 시간엔 장애와 그림책과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이어졌다.
◆그림책 작가 9명의 원화를 만나다 = 이날 그림책꿈마루에서는 2주년을 기념해 ‘한국 그림책의 일러스트레이션 세계’ 전시도 진행되고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의 그림책 작가 9명의 원화 200여점을 소개하는 국제 순회 전시다. 일본 요코스카미술관을 시작으로 2024년에 이르프 동화관, 도쿄 주일한국문화원에서 한일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열린 후 그림책꿈마루에서 마지막으로 전시되고 있다. 그림책꿈마루는 통상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로 나눠 2개의 전시를 운영하는데 이번 전시는 규모가 커서 상설전시실까지 활용해 전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김동성 김재홍 박철민 이기훈 이명애 이영경 이수지 서현 한병호 작가의 원화들을 한번에 만날 수 있는 기회다. 한국 그림책 발전의 초기부터 활동했던 작가들은 물론 세계적인 그림책 관련 상을 수상한 작가, 최근 어린이와 부모들의 인기를 얻는 작가의 작품까지 한곳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원화 전시’가 원화를 찍어낸 ‘아트 프린트 전시’를 의미하는 가운데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로 작가가 종이에 그림을 그린 원본인 원화를 만날 수 있다.
전시는 10월 26일까지 그림책꿈마루 전시실에서 열린다.
◆배수지였던 건물이 새롭게 탄생 = 그림책꿈마루는 유휴공간을 재탄생시켜 만들어졌다. 1991년 건립 당시에는 안양에서 끌어온 물을 저장하던 배수지였으나 3년 만에 군포에 정수장이 들어서면서 기능을 멈췄다. 이후 30여년 동안 방치되었던 공간은 2017년 경기도 창조오디션 공모사업 선정을 계기로 100억원의 지원을 받아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물을 담던 공간이 이제는 꿈을 담는 곳’으로 거듭났다.
그림책꿈마루는 ‘꿈이 시작되는 그림책꿈마루’를 비전으로, 개관 후 7~8개월 만에 누적 방문객 10만명을 돌파하며 군포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건물 내부에서는 배수지였던 흔적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간을 떠받치는 75개의 기둥, 비와 눈이 오는 모습을 그대로 볼 수 있도록 유리로 마감한 하늘빛정원, 물이 모이는 시설이었던 집수정 등이 그 역사를 보여준다.
그림책꿈마루는 계단서가 및 전시장 프로그램실을 활용해 다양한 강연과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또한 한국 초창기 그림책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창작 그림책을 소장하고 있으며 해외 창작 그림책도 소장하고 있어 일반인과 연구자들이 쉽게 다양한 그림책에 접근할 수 있다. 옥상에는 카페와 텐트 모양의 독서 공간을 마련해 이용자들이 즐겨 찾는 명소로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큰 판형으로 제작된 ‘빅북’, 정보무늬(큐알코드)를 통해 음성으로 책 읽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더책’ 등 특화된 자료가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재능기부자들이 노란 앞치마를 입고 ‘책 읽어주세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어린이들이 자연스럽게 책과 친해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림책 작가들이 참여하는 ‘바캉스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한 독립출판물도 만날 수 있다. 올해는 ‘그림책의 해’를 맞아 ‘어린이가 뽑는 그림책상’과 같은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모두가 함께 즐기는 그림책 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누구나 그림책을 즐기는 공간 = 안병훈 그림책꿈마루 관장은 이곳에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그림책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개관 당시 개그맨 박성호씨를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매주 공연을 마련해 가족 단위 관객들이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웃으며 공연을 관람한 이들은 자연스럽게 그림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나아가 어린이와 가족은 물론, 청년과 어르신까지 누구나 그림책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또한 조명 등 시설 전반을 꼼꼼하게 살피고 개선해 시민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그림책을 접할 수 있도록 힘썼다.
안 관장은 “30여년 동안 유휴공간이던 배수지가 그림책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꿈을 꾸듯이 이곳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그림책을 통해 잠들어 있는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꿈과 미래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한다”면서 “그림책은 0세부터 100세까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매체로 그림책꿈마루의 모든 사업은 결국 연령과 성별 등에 관계없이 ‘즐기는 그림책’을 주제로 한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