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방 ‘더 나은 기회’를 얻는 곳으로

2025-09-04 13:00:00 게재

행정안전부는 지난 8월, ‘2025년 지방세제 개편안’을 발표했다. 비수도권과 인구감소지역에 더 큰 세제혜택을 주는 ‘지역별 차등지원’이 핵심이다.

우리나라는 2021년부터 총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그 충격은 수도권 집중 현상과 맞물려 지방에 더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청년은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떠나고, 지방에는 미분양 아파트 4만채와 11만호가 넘는 빈집이 쌓였다. 학교와 병원이 문을 닫고 버스노선이 사라지며 생활 기반도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균형발전은 국가의 생존 전략”이라며 지방에 대한 집중 지원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기업과 사람은 더 나은 기회와 환경을 찾아 움직인다. 특히 기업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찾아나선다. 우리에게 익숙한 테슬라는 2021년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 주로 본사를 옮겼다. 법인세를 내지 않아도 되는 파격적인 혜택 때문이었다. 한때 자동차 산업을 이끌었으나 쇠퇴했던 미국의 디트로이트도 세제혜택과 규제 완화를 통해 스타트업과 혁신기업을 유치하며 활력을 되찾고 있다. 그만큼 기업의 의사결정에 있어 세금은 중요한 요인이다.

기업 의사결정에 세금은 중요한 요인

우리나라도 기업이 인구감소지역 산업단지에 입주하면 취득세와 재산세를 75% 감면한다. 인구감소지역의 기업이 지역주민을 고용하면 근로자 1인당 45만원, 중소기업일 경우 70만원의 법인지방소득세를 감면받는 제도도 마련했다. 중소기업이 지역주민 10명을 고용하면 연간 700만원의 세금을 줄일 수 있다.

사람이 지역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주거환경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우선 ‘내 집 마련’을 적극 지원한다. 청년과 신혼부부가 생애 최초로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세를 전액 감면하는 제도를 연장하고, 인구감소지역은 감면 한도를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높였다. 출산·양육 가구에 대한 최대 500만원의 주택 취득세 감면도 연장한다.

빈집은 마을의 경관과 안전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주거환경 저해 요인이다. 빈집을 철거하면 토지 재산세의 절반을 줄여주고, 그 자리에 새 건물을 지을 때도 취득세를 최대 절반까지 감면한다. 필자는 각지의 빈집정비 사업 현장을 방문하며 낡은 건물이 ‘임대주택’, ‘예술공간’, ‘힐링 촌캉스 숙소’ 등으로 재탄생해 지역의 매력을 더해주는 것을 보았다. 이번 세제개편을 통해 이런 변화가 더욱 촉진되기를 기대한다.

한 기업이 취득세와 재산세 혜택을 받고 인구감소지역에 공장을 세우면 수백 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기업은 법인지방소득세를 줄이기 위해 지역주민을 적극 고용한다. 절감한 세금은 임금과 복지 확대, 추가 채용, 그리고 지역에 대한 재투자로 이어진다. 이에 매력을 느낀 청년이 지역으로 이주해 수도권보다 수월하게 내 집을 마련하고 짝을 찾아 가족을 이룬다. 주변 상권도 살아나 지역에 생기가 돈다. 물론 세제 혜택만으로 이와 같은 변화가 단숨에 시작될 것이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변화는 언제나 작은 것에서 시작한다.

지방세제 개편안 책임감 있게 추진

한 기업이 지방을 선택하고, 한 청년이 고향으로 돌아오고, 한 가족이 새로 만들어지는 것. 그런 하나하나의 선택이 모여 지역의 흐름을 바꾼다. 행정안전부는 주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날 수 있도록 이번 지방세제 개편안을 책임감 있게 추진할 것이다. 지방이 떠나는 곳이 아니라 더 나은 기회를 얻는 곳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