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평

중국 전략산업, 성과 뛰어나나 파급효과는 제한적

2025-09-04 12:59:59 게재

중국이 막대한 자본과 우수 인력을 투입해 키운 전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 구비와 자체 공급망 구축으로 괄목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한해 1조달러 무역흑자를 이끌어내는 주요 원천이기도 하다. 다른 나라가 중국을 대체하는 제조역량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아 중국의 제조대국 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전략산업의 도약에도 불구하고 중국 현지를 둘러보면 경제상황이 녹녹치 않은 모순된 현실을 보게 된다. 기업과 공무원의 임금이 삭감되거나 부동산 가격과 월세가 인하되고, 생산자 물가도 33개월 연속 하락하고 있다. 전략산업의 도약과 실물경기의 침체라는 괴리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전략산업의 성과가 경제 전반으로 퍼져나가는 ‘스필오버 효과(spillover effect)’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중국과 대비되는 미국의 기술선도산업은 스필오버 효과가 넓고 깊다. 민간이 주도하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빅테크와 바이오 우주항공 등 첨단산업이 혁신기술을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파생 산업군과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경제성장을 이끌어간다. 국가가 주도하는 중국의 전략산업은 중국제조 2025와 같은 산업진흥전략을 바탕으로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로봇 AI 등 전략산업을 보조금 지원, 세제혜택, 저리융자로 육성했으나 실제 파급효과는 크지 않다.

전략산업의 제한된 ‘스필오버 효과’가 문제

중국 전략산업의 스필오버 효과가 적은 것은 무엇보다 과잉생산과 낮은 자본투입 효율에 기인한다. 태양광 산업의 소재 생산은 세계 수요의 2배에 이르고 리튬이온 배터리는 중국 내수의 1.9배에 달할 정도로 과잉생산되고 있다. 전략산업을 포함된 국유기업의 총요소생산성이 민간기업보다 30% 정도 낮음에도 불구하고 대출이 전체의 2/3를 차지해 경제전체의 효율 제고에 역효과를 내고 있다.

전략산업의 소득창출 효과와 경기진작 효과가 낮은 점도 스필오버 효과의 제약 요인이다. 전기차 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이 치열한 가격경쟁과 경쟁적 과잉투자에 소진되고 수익성 개선이나 임금상승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소수의 고급인력이 고임금을 받는 AI 반도체 등 핵심기술 분야와 달리 전기차 태양광 배터리 가전 등 주요 전략산업의 임금은 생산성을 따라가지 못해 기업 수익이 가계로 흘러들어 내수를 키우는 파급효과로 이어지지 않는다.

중국 전략산업이 관련 산업 생태계의 조성과 새로운 고용의 창출에도 취약하다. 스필오버 효과는 전략산업이 혁신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넘어 관련 산업 생태계를 조성해 시장규모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주로 발생한다.

중국 인터넷 산업은 기술혁신이 전자상거래 소셜미디어 차량공유 등 새로운 서비스 산업으로 이어지고 있으나 민간활동의 제약으로 인해 창의와 활력이 넘치는 다양한 서비스 산업의 확산은 부족하다. ‘사회주의 핵심가치관’에 묶여 영화 드라마 출판 음악 등에서 신생산업과 일자리 창출이 활발하지 않은 것이 그 예다.

중국의 전략산업을 주도하는 거대기업들이 관련 산업을 수직통합하면서 혁신을 내부화하려는 경향 또한 스필오버 효과를 위축시킨다. 전략산업의 혁신기술이 관련 생태계의 확산을 주도하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게 자유롭게 개방되고 이들 간의 경쟁과 협력이 활성화되는 선순환의 산업생태계로 나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스필오버 효과의 제약에도 불구하고 전략산업의 기술개발 역량과 부품공급망 구축 등 산업 자체의 경쟁력과 전략산업을 뒷받침하는 국가 차원의 디지털 인프라와 에너지 인프라 건설 등의 지원에 힘입어 중국 전략산업의 우월적 지위는 앞으로도 유지될 것이다.

반면 전략산업이 과잉생산, 비효율적 자원 운용, 고용과 소득 창출효과 미약 등으로 내수부진과 경기침체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경제에 양날의 칼이 되고 있음도 사실이다.

혁신산업 생태계 조성시키려는 노력 중요

최근 중국 주식시장에서 AI 및 반도체, 방위산업 등의 전략산업에서 주가가 반등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지만 이는 중국 당국의 특별채권 발행 등 재정 투입과 낮은 이자율로 인한 개인 자산의 은행에서 주식시장으로의 이동 등 재정과 금융 차원의 단기적인 현상으로 실물경기가 진작될 것이라는 신호로 보기는 어렵다.

미중 관세전쟁과 보호무역의 확산으로 중국경제의 자금줄인 막대한 무역흑자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경제의 주력군인 전략산업이 혁신산업 생태계를 적극 조성시켜 경기를 진작시키는 노력은 갈수록 중요해질 것이다. 중국제조 2025와 신질생산력 등 큰 틀의 산업혁신노력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만큼 이제는 거대한 댐을 만드는 단계를 넘어 경제 곳곳에 물이 흐르도록 실개천을 조성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창열 한국통일외교협회 부회장, 중국사회과학원 경제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