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준공업지역 재건축 물꼬 텄다
도봉구 삼환아파트 정비구역 지정
강북권 주택공급 활로 열릴지 관심
막혀 있던 준공업지역 정비사업에 물꼬가 트였다. 서울시는 준공업지역에 적용되는 낮은 용적률 때문에 사업성이 부족해 정비사업이 멈춰있던 도봉구 도봉동 삼환도봉아파트가 본격적인 재건축을 추진하게 됐다고 4일 밝혔다.
삼환도봉아파트는 바뀐 준공업지역 정비계획이 첫번째로 적용된 사례다. 그동안 준공업지역은 주거지에 비해 낮은 용적률(250%)이 적용돼 개발이 더뎠다. 삼환아파트의 경우 현재 용적률이 226%인 상황이라 250%를 적용하면 사업성이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주민들 분담금이 오를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정비사업 추진 동력이 생기기 어려웠다. 해당 아파트는 도봉구에서 가장 먼저 안전진단을 통과했을 만큼 낡은 단지여서 안전 문제까지 제기되는 상황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도봉구와 서울시는 법 개정에 매달렸고 2023년 6월, 오랜 노력 끝에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개정되면서 첫발을 뗐다. 개정된 법률은 준공업지역에서도 재건축·재개발 추진 시 300%까지 용적률을 완화했다. 여기에 서울시가 2030 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해 준공업지역 용적률을 법적상한인 400%까지 올릴 수 있게 바꿨다.
사업을 재개한 삼환아파트는 시의 협조로 신속하게 정비구역 지정까지 완료했다. 이 아파트에 최종 적용된 용적률은 343.5%다. 사업이 완료되면 최고 42층 공동주택 10개동 993세대 대단지로 변모한다.
◆규제에 묶인 서울 준공업지역 ‘94곳’ = 삼환아파트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도봉구의 노력이 돋보였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취임 직후인 2022년 7월 당시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만나 준공업지역 내 재건축사업 용적률 완화 및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를 건의했다. 서울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먼저 정비사업 신속지원단을 구성했고 약 40회의 주민설명회를 열어 주민들 의견과 힘을 모았다.
용적률과 함께 높이 규제 완화에도 힘을 쏟았고 지난해에는 34년만에 북한산 고도지구 높이 제한 완화(45m)까지 이뤄지며 삼환 재건축이 전환점을 맞게 됐다.
서울시 지원도 큰 힘이 됐다. 사실상 법개정만으로는 용적률 상향이 부족했지만 강북권 정비사업에 공을 들인 서울시가 도시기본계획을 바꿈으로써 최대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 효과는 수치로 확인된다. 바뀐 규정을 적용하면 삼환아파트 세대수는 기존 660세대에서 993세대(공공주택 155세대 포함)로 333세대가 늘어난다. 세대별 평균 추정 분담금은 약 1억7000만원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비업계에서는 삼환 사례가 향후 막혀 있던 준공업지역 정비사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서울 주택공급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강북권 주택공급의 활로가 될 수 있어서다.
서울시에는 총 94개 준공업지역이 서남권과 동북권에 집중 배치돼 있다. 이 가운데 정비사업 추진이 가능한 곳은 43곳 정도이며 주민 의지, 안전진단 통과 등 사업 여건이 성숙한 곳은 15곳 정도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이 모두 재건축·재개발에 성공할 경우 현재 9400세대가 약 1만4700세대로 늘어나 총 5300세대의 주택을 추가로 공급할 수 있게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삼환아파트 재건축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사업추진에 난항을 겪던 준공업지역 재건축단지들이 용적률 완화 혜택을 받으면 사업에 탄력을 받을 것”이라며 “강남북 균형발전의 실마리를 풀 수 있는 삼환도봉아파트 사례를 모델 삼아 서울시 전체 단지의 재건축 속도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