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차원서 통일교 돕고자 노력”
김건희 공소장, 샤넬백 받고 감사 전화
특검 “각종 국정운영에 직·간접적 관여”
도이치 주가조작 인지, 8억원대 차익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당선되는 데 통일교측의 조직적인 지원이 있었고 김건희 여사도 이를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김 여사는 대선 이후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통일교측과 접촉하며 청탁과 금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 관련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최근 국회에 보고한 공소장에는 이같은 내용이 상세히 담긴 것으로 나타났다.
공소장을 보면 김 여사는 대선 이후인 2022년 3월 30일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에게 전화해 ‘대선을 도와줘서 고맙다, 총재님 건강하시냐, 감사의 말씀을 꼭 전해달라’는 취지로 말하며 감사를 전했다.
대선 기간 통일교측은 펜스 전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을 주선하고 교단의 인적·물적 자원을 이용해 윤 전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는데 김 여사도 이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게 특검의 판단이다.
김 여사는 통화에서 ‘앞으로 전성배님과 의견을 나눠달라’며 접촉창구를 전씨로 정하기도 했다.
전씨 역시 같은 날 통일교 산하단체 회장인 A씨에 전화해 김 여사와 윤 전 본부장의 통화내용을 전달하며 ‘통일교에 은혜를 갚겠다, 통일교측은 자신이 책임지고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소장에는 통일교측이 전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명품가방과 목걸이 등을 전달한 자세한 경위도 담겼다.
공소장에 따르면 전씨는 2022년 4월 7일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운영 카페에서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802만원 상당의 샤넬백과 농축차를 전달받았고 김 여사는 그 무렵 전씨로부터 윤 전 본부장의 청탁과 함께 해당 금품을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는 같은 달 23일 김 여사에게 ‘비밀리에 통일교와 접촉할 것’을 제안하고 사흘 뒤에는 김 여사에게 윤 전 본부장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청탁 관련 메시지를 보내는 등 통일교의 청탁 내용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달 뒤인 2022년 7월 5일에도 윤전 본부장은 서울의 한 호텔에서 전씨를 만나 ‘UN 제5사무국 한국 유치 지원 등 윤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통일교의 각종 대규모 프로젝트와 행사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 예산, 인사를 지원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1271만원 상당의 샤넬백과 농축액을 전달했다. 특검팀은 그 무렵 김 여사가 전씨로부터 이같은 청탁과 함께 샤넬백 등을 건네받았다고 적시했다.
이후 윤 전 본부장이 전씨에게 김 여사의 반응을 묻자 전씨는 김 여사의 긍정적인 반응을 전달하며 “곧 김 여사의 전화 연락이 있을 예정”이라고 했고, 실제 김 여사는 같은 해 7월 15일 윤 전 본부장에게 전화해 샤넬백 제공에 대한 감사 인사와 함께 ‘대한민국 정부 차원에서 통일교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윤 전 본부장은 또 같은 해 7월 29일 서울 광진구 한 호텔 식당에서 전씨에게 ‘통일교가 추진하는 국제행사인 서밋 2022&리더십 콘퍼런스 행사에 교육부 장관이 예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목걸이를 제공했고, 그 무렵 김 여사에게 전달됐다.
이후 전씨는 김 여사의 반응을 묻는 윤 전 본부장에게 ‘여사님이 큰 선물이라고 놀라셨지만 별다른 말씀이 없어요’라고 반응을 전했다.
이처럼 김 여사가 전씨와 공모해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대통령 직무 관련 청탁 또는 알선을 명목으로 8292만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했다는 게 특검 수사 결과다.
앞서 김 여사는 특검에 출석하며 자신을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라고 했지만 특검은 김 여사의 신분을 ‘대통령의 배우자로 대통령 직무에 해당하는 각종 국정운영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이라고 적시했다.
공소장에는 김 여사가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주가조작 세력을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대한 주가조작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시세조종에 가담했다는 혐의도 담겼다. 김 여사의 계좌가 시세조종에 활용됐지만 주가조작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했던 검찰의 수사와는 다른 결과다.
특검팀은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2010년 10월~2012년 12월 통정·가장매매 등의 방법으로 시세를 변동시키는 행위를 함으로써 8억1144만3596원의 차익을 실현했다고 적시했다.
명태균씨가 얽힌 공천개입 의혹 사건과 관련해선 김 여사가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2021년 6월 26일부터 2022년 3월 8일까지 명씨로부터 2억7440만원 상당의 여론조사 58건을 제공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은 명씨가 이같은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에게 ‘창원시 의창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김영선이 단수공천 받게 해달라’는 취지로 수차례 청탁하고, 윤 전 대통령은 윤상현 당시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에게 김영선의 공천을 지시했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