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휘영 문체부 장관 “K컬처, 빛나는 성취와 함께 위기 직면…법·예산 개혁 절실”
문화재정, OECD 국가 대비 여전히 낮아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4일 취임 1달여 만에 가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케이-컬처가 세계인의 주목을 받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위기감이 팽배하다”며 법과 제도, 예산 개편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최 장관은 최근 경주에서 열린 에이펙(APEC) 문화산업 고위급 대화를 언급하며 “처음으로 문화산업의 경제적 가치를 회원국들이 공동 성명으로 확인했다”며 “세계는 한국의 성취를 부러워하고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동시에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영화·공연 등 문화산업 현장은 붕괴 직전의 위기를 호소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영화산업의 위기를 지적했다. “올해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영화가 20편도 안 될 전망”이라며 “투자 위축으로 생태계 자체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이 신작 제작을 위해 정부 지원을 받았음에도 나머지 투자를 확보하지 못해 결국 넷플릭스로 방향을 튼 사례도 소개했다. 그는 “법적으로 OTT 영화가 영화로 인정되지 않는 낡은 규제도 문제”라며 “정기국회에서 법 개정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예산 부족 문제를 토로했다. 해외 공동제작 요청이 늘고 있음에도 올해 관련 예산이 ‘0원’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메이드 인 코리아뿐 아니라 메이드 위드 코리아를 지원할 예산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케이팝 공연장을 비롯한 문화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일본은 1만석 이상 공연장이 34개인데 한국은 8개뿐 돔 경기장은 하나도 없다”고 비교했다.
최 장관은 청년 예술인 처우 개선도 과제로 꼽았다. “창작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와 소득 지원을 강화해야 문화강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며 “생활체육 지도자 등 문화·체육 현장의 열악한 환경도 함께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내년도 문화재정은 올해보다 9.2% 늘었지만 전체 정부 지출 대비 비중은 1.32%에 불과하다. 최 장관은 “OECD 국가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며 “가을 정기국회에서 세부 항목을 보완해 꼭 필요한 사업이 빠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케이-컬처가 300조원 시장으로 성장하려면 400조, 500조로 이어질 청년 예술인들의 성장이 필수”라며 “위기 속에서도 기회를 만들어온 우리 역량을 믿는다. 정부도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