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지분 매각 둘러싸고 ‘동상이몽’

2025-09-05 13:00:03 게재

포스코그룹, HMM 인수 검토 …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우리와 무관”

산업은행(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보유한 HMM 지분 매각을 둘러싸고 주요 당사자들 사이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국내 최대 해운선사 HMM 인수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5일 확인됐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향후 인수 참여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본업인 철강과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이차전지 사업이 부진한 가운데 신성장 동력으로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업 진출을 검토하는 것으로 보인다.

HMM의 2만4000TEU급 컨테이너선이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에 기항하고 있다. HMM은 남유럽의 환적 허브항만인 알헤시라스 터미널 1대 주주다. 사진 HMM 제공

그룹은 본업인 철강분야에서 중국발 공급 과잉, 내수 부진, 미국발 관세 등 삼중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래 사업인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도 주력 시장인 미국·한국에서 사업 정체로 고전하고 있다. 해운업 진출이 그룹 차원에서 사업 돌파구를 마련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대형 로펌 등과 계약을 맺고 자문단을 꾸려 HMM의 사업성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HMM 1, 2대 주주는 산은(36.0%)과 해진공(35.7%)이다.

HMM이 진행하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12일 마무리되면 산은과 해진공 보유 지분은 각각 30%대 초반으로 떨어진다.

포스코그룹은 산은 보유 지분을 인수해 최대 주주에 오르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인수 비용 등 부담이 있는 만큼 단독 경영이 아닌 해진공과 공동 경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산은과 해진공은 이날 “우리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 움직임도 포스코그룹과 다른 방향이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산은 해진공 지분을 민간기업에 매각하는 것이 유일한 방안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부가 최대 주주라는 것을 근거로 HMM 부산 이전을 추진 중인 해수부 입장에서 이전작업을 완료하기 전까지 지분을 매각하지 않거나 부산지역 상공계에 매각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포스코그룹 입장에서는 대량화주기업이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에 부정적인 해운업계 분위기도 해결해야 한다.

HMM의 시가총액은 23조원 규모다. 포스코홀딩스의 상반기말 현금성 자산이 7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인수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산은과 해진공은 지난해 2월 하림그룹과 진행하던 HMM 매각 협상이 결렬된 뒤 매각 작업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앞서 포스코홀딩스는 2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중장기 사업 방향과 맞지 않아 HMM 인수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연근·이재호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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