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 공공갈등’ 중재 자처한 대통령실

2025-09-05 13:00:02 게재

갈등조정비서관 인선 앞두고 현황 파악

이해충돌 상황 등 경청·조정 역할 기대

대통령실이 전국 지자체 공공갈등 현황 파악에 나섰다. 사회적 갈등을 조기에 파악하고 해결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지역 현안 대부분이 오랜 기간 풀지 못한 난제들인 만큼 대통령실이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는 중재자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지 관심이다.

5일 내일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은 4일 전성환 경청통합수석 주재로 '갈등관리 정책협의회’를 열고 영·호남 8개 시·도 부단체장들과 각 지역의 대표적인 갈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2일에는 수도권과 충청 강원 제주 등 9개 지자체 부단체장들과도 같은 내용의 회의를 진행했다.

이번 회의에서 지자체들은 그동안 지자체들을 괴롭혀온 대표적인 갈등 현안들을 쏟아냈다. 대구·경북·울산은 낙동강 물 문제(취수원 갈등)를 공통 과제로 제시했고, 광주·전남은 이재명 대통령 주재 타운홀미팅으로 관심을 끌었던 광주 군 공항 이전 문제를 꺼내 들었다. 강원과 충남은 군사시설 주변지역 보상·지원 문제를 갈등 현안으로 내놓았다. 서울·경기·인천 공통 과제인 수도권매립지 문제도 대통령실이 중재해야 할 현안으로 거론됐다. 이 밖에도 이번 회의에서 인천은 대장홍대선 계양 연장 노선을 둘러싼 지역 내 갈등을, 충남은 서남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송전선로를 둘러싼 갈등을 풀어달라고 요청했다.

이번 회의에서 17개 시·도의 대표적인 갈등 현안들이 총망라된 만큼 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한 지자체 부단체장은 “대부분 지역 현안이 중앙정부 개입 없이는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들”이라며 “대통령실이 중재자로 나서면 정부 부처와의 협의가 그만큼 원활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우려도 적지 않다. 우선 지자체들이 이번 기회에 지역 숙원 사업들을 갈등으로 포장해 해결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이번 회의에서 지자체들이 대표 갈등 현안으로 제시한 내용 일부는 갈등 과제라기보다는 일반적인 지역 현안사업에 가깝다.

정부의 개입이 자칫 지자체 행정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광주·전남의 갈등 과제였던 군 공항 이전 문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개입하면서 지자체장들의 정책 추진 능력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최근 가뭄 때문에 재난사태가 선포된 강원 강릉시 사례도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갈등 해결도 좋지만 문제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형태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가 갈등을 관리하고 해결하려다 오히려 다른 형태의 갈등을 만들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현재 갈등조정비서관과 행정관 2명에 대한 공개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난 3일 공모가 끝난 만큼 조만간 인선이 마무리되면 곧바로 17개 시·도가 제출한 공공갈등 현안 해결을 위한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김신일·최세호·윤여운·이제형·곽재우·이명환·방국진·곽태영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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