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조, ‘주4.5일근무제’ 단체행동 나서나
이달 26일 총파업 예고, 추석 앞두고 혼란 예상
노조 “저출생 해법”…사측 “노사 넘어선 문제”
국내 은행과 금융공기업 등으로 구성된 노조가 ‘주 4.5일 근무제’를 요구하며 이달 말 파업을 강행할 태세다. 파업을 강행하면 추석을 앞두고 자금 수요가 급증하는 데다, 분기 말 결산 등이 맞물려 현장의 혼란과 고객 불편도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조는 3일 서울 명동에 있는 은행회관 앞에서 ‘2025 산별중앙교섭 성실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대한민국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으로 금융노조 산하 7개 은행의 출생아 수는 9년 만에 63%나 줄었다”며 “주 4.5일 근무는 저출생·저성장 문제를 풀 수 있는 유일한 열쇠”라고 말했다.
윤석구 하나은행지부 위원장도 “금융노동자는 정책금융 보증서 발급과 대출 실행 등 금융산업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해 앞장서 달려왔다”며 “돌아온 것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임금인상률과 차가운 사회적 시선뿐”이라고 했다.
이에 앞서 노조는 지난 1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95%의 찬성으로 단체행동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8일 총파업 기자회견과 16일 투쟁결의대회에 이어 이달 26일 전면 총파업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파업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도 있다. 은행권 노조원이 근로시간을 줄여 여가시간을 확대하는 것에는 찬성하면서도 파업까지 벌일 정도의 분위기와 동력이 형성됐는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은행 업무의 디지털화가 크게 진전돼 파업을 강행했는 데도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경우 노조가 입을 타격도 적지 않다. 한 전직 은행권 노조 관계자는 “은행간 인수합병이나 정리해고 등과 같이 조합원에게 실질적인 신분상 변화나 불이익이 가시화되어야 파업 동력이 생긴다”며 “자칫 반쪽 파업에 그치면 노조가 궁지에 몰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도 이러한 경험과 사정을 알기 때문에 단체행동을 26일 금요일로 결정해 최대한 파업 효과를 높이려 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금과 급여 지급이 몰리는 월말인 데다 분기말 결산 등으로 업무가 집중될 때”라며 “추석도 앞두고 있는 때여서 노조 입장에서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일정을 잡은 것 같다”고 했다.
노조의 파업 예고에 사측은 난감하다는 분위기다. 사측 관계자는 “노사가 단독으로 결정해서 시행하기에는 너무 큰 주제”라며 “다른 민간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 법적으로 정리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양대노총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노동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서 양대노총 위원장은 정년 연장과 주 4.5일제 등 이 대통령 공약의 이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