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장외투쟁 고심…2019년 되풀이하나
긴급 의총→농성→규탄대회로 수위 높여 … “장외투쟁 가능성”
2019년 강성 지도부 선출→장외투쟁→삭발과 단식→총선 패배
국민의힘이 3대 특검과 여권을 겨냥한 투쟁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장외투쟁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2019년 강성 지도부 선출→장외투쟁→당 대표의 삭발과 단식→총선 패배로 이어졌던 ‘장외투쟁의 악몽’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국민의힘은 5일 3대 특검과 여권을 겨냥한 투쟁에 나흘째 나섰다. 긴급 최고위원회→긴급 의원총회→국회 본관 농성→국회 본청 앞 규탄대회로 갈수록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당 지도부와 의원, 당원 등 15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야당 말살 정치 탄압 특검 수사 규탄대회’에서 장동혁 대표는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정치 특검의 수사는 결국 이재명정권의 목을 베는 칼날이 될 것”이라며 “이재명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목숨 걸고 진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검 수사를 계기로 정권 타도 투쟁에 나서겠다는 결기로 읽힌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5일 특검을 향해 “야당 탄압, 정치 보복의 망나니 칼춤을 즉각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특검이 당 사무처 당직자를 상대로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고 강압적 불법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데 대해선 절대 용서하지 않고 끝까지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특검의 당 소속 의원 소환이 본격화되면 장외투쟁에 나서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장 대표는 “내란 몰이가 성과 없이 끝나면 정권이 무너지는 길로 가기 때문에 특별재판부가 마지막 발악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를 막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우고 더 넓게, 더 강하게 싸워나가겠다”고 밝혔다.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가장 강력한 방식의 투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장외투쟁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서게 된다면 2019년 이후 6년 만이다.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은 2019년 2월 강성 황교안 대표 체제 출범→8월 조 국 법무부장관 임명 철회 요구 장외투쟁 돌입→9월 황 대표 삭발→11월 황 대표 단식투쟁으로 투쟁 수위를 높여갔다. 광화문에는 주말마다 수십만 명의 강성보수층이 집결해 문재인정부를 규탄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장외투쟁은 다수 민심과는 거리가 있었다. 이듬해 4월 실시된 총선에서 자유한국당은 103석이라는 기록적 패배를 맛보았다.
국민의힘의 장외투쟁 검토는 2019년과 유사한 흐름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강성 장동혁 대표 체제를 선출했다. 장 대표는 특검·여권을 겨냥한 투쟁 수위를 높이면서 장외투쟁까지 검토하기 시작했다. 내년 6월에는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국민의힘 일각에서 “2019년을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국민의힘 비윤 인사는 5일 “장외투쟁은 다수 여론의 지지를 받을 때 효과가 있는 최후의 투쟁방식”이라며 “지금처럼 당이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할 때 거리로 나가면 자칫 외톨이 투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