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에너지정책 두동강

2025-09-08 13:00:01 게재

전력 재생e는 환경부 vs 자원안보 석유 가스는 산업부

원자력발전도 운영은 환경부 vs 수출은 산업부로 쪼개

미국 일본 독일 등 1개 부처가 에너지 전체업무 관할

7일 공개된 정부조직개편안에 따르면 에너지정책 기능이 두동강날 전망이다. 일부는 환경부로 이관되고, 일부는 산업부에 남는 구조로 설계됐다.

구체적으로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의 △에너지정책국 △전력정책국 △재생에너지정책국 △수소경제정책국 △원전산업정책국은 환경부로 이관된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명칭이 바뀌며 대폭 확대된다.

반면 △자원산업정책국 △원전전략기획국은 축소되는 산업통상부에 남는다. 자원산업정책국에는 자원안보과 석유산업과 가스산업과 석탄산업과 광물자원팀이 있으며, 원전전략기획국은 원전 수출업무를 하는 부서다.

정부는 환경부를 환경·기후변화·탄소중립을 수행하는 핵심부처로 키운다는 구상이지만 에너지정책을 두동강 냄으로써 에너지정책에 혼란과 갈등, 비효율을 낳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유승훈 서울과기대 교수는 “에너지 부문을 환경부에 붙이는 정부조직 개편은 바람직하지 않다. 선진국 어느 나라도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며 “에너지는 독립부처로 있든지 산업 경제부문과 함께 있는 것이 제조업 국가의 일반적 모습”이라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에너지부, 일본은 경제산업성, 독일은 경제에너지부에서 각각 에너지 전체업무를 관할한다.

유 교수는 “전기와 가스를 2개 부처로 나누는 것도 굉장히 안 좋은 방안”이라며 “전기와 가스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반드시 하나의 부처에서 규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별도로 관리하면 전기수급과 가스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면서 에너지안보 위기로 귀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손정락 카이스트 교수도 “산업부의 에너지부문을 모두 이전하지 않고 일부 자원을 제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에너지는 논의해 온 기후에너지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어느 부서든 동일 부처에서 전체를 다루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어 “기존 산업부로부터 에너지와 산업을 분리하는 방안은 기후변화·탄소중립 문제를 산업과 시장 차원에서 해결하려는 현정부의 실용주의와도 엇박자”라며 “대통령실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에너지분야 최상위 계획 역할을 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수립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2023년말 우리나라 에너지원별 발전비중은 석탄 31.4%, 원전 30.7%, LNG 26.8%, 재생에너지 8.4% 등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11차 전기본에 따르면 이 비중은 2038년 원전 35.2%, 재생에너지 29.2%, LNG 10.6%, 석탄 10.1%, 청정수소 및 암모니아 6.2%로 조정될 전망이다.

또 올 연말에는 12차 전기본 수립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믹스 전체를 보는 시각과 각 에너지원별로 밀접한 소통이 필요하다. 하지만 부처 이원화로 비효율 및 정책갈등이 우려된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는 “환경부는 규제와 온실가스 감축 중심 부처로, 에너지 산업의 진흥과 기술혁신을 동시에 추진하기에 구조적·철학적 한계가 명확하다”며 “규제와 진흥이라는 상충 기능을 한 조직에 통합하는 건 정책 일관성을 훼손하고 에너지산업의 전략적 육성을 저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원자력산업의 우려섞인 목소리도 팽배하다.

원자력업계 한 관계자는 “원전 운영과 수출은 서로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불가결한 관계다. 그런데 원전 담당하는 부처를 쪼개면 혼란과 비효율만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 입장에선 강력한 시어머니가 또 한 분 생긴 셈”이라며 “앞으로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부, 과기정통부(원안위) 3개 부처로 부터 서로 다른 이야기를 듣고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토로했다.

결국 원전정책은 소극적이 되고, 이용율은 떨어지면서 ‘제2의 탈원전’으로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전은 기저 전원으로서의 역할과 핑크수소 개발, 수출 등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수출 업무만 떼어낸 것은 탁상행정의 결과이거나, 이데올로기가 반영했다는 주장이다.

또다른 관계자는 “원자력이 기후에너지 대응에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이라는 것을 한국만 모르거나 외면하는 것 같다”며 “미국 프랑스 영국 중국 일본 대만 등 주요국들은 원자력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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