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78년 만에 검찰청 폐지 가닥

군→안기부→검찰…“영원한 ‘권력 위의 권력’은 없다”

2025-09-08 13:00:02 게재

“검찰, 견제 받지 않은 권한 남용” … “조직 해체 운명 자초”

70년대 군, 80년대 안기부, 87년 이후 검찰 권력기관 군림

이재명정부가 검찰청 폐지안을 확정하면서 78년 만에 검찰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방대한 정부 조직 중 일개 ‘청’에 불과한 검찰청은 1987년 6월 민주화 이후 ‘권력 위의 권력’으로 30년 넘게 군림해왔다.

정부조직 개편방안 발표하는 윤호중 장관과 한정애 정책위의장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3차 고위당정협의회 결과 및 정부조직 개편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훈 기자

하지만 검찰 역시 “영원한 ‘권력 위의 권력’은 없다”는 역사의 법칙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한때 ‘권력 위의 권력’으로 군림했던 군과 안기부도 검찰에 앞서 쇠퇴의 길을 걸었다.

7일 이재명정부는 정부조직개편안을 확정하면서 검찰청 폐지를 결정했다. ‘권력 위의 권력’으로 군림해온 검찰을 없애는 것이 진짜 개혁이라는 게 이재명정부의 주장이다.

검찰청을 없애고, 대신 검찰의 수사·기소 기능을 나눠 맡을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을 신설하기로 했다. 1948년 설립된 검찰청이 7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된 것이다.

검찰에 붙은 ‘권력 위의 권력’이란 불명예스러운 낙인은 군이 원조였다. 1960~1970년대 군은 군 출신 대통령을 배경 삼아 무소불위 권력기관으로 군림했다. 군 출신이 권력핵심부를 장악했고, 군 정보기관이 민주화세력을 탄압했다.

1980년대에는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국가안전기획부가 ‘권력 위의 권력기관’으로 권력자의 불법통치를 도왔다.

1987년 6월 항쟁을 통해 안기부가 더 이상 초법적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게 되자, 검찰이 그 빈틈을 비집고 들어와 ‘권력 위의 권력’ 행세를 하게 됐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독점한 검찰은 역대 가장 강력한 ‘권력 위의 권력’으로 군림했다. 검찰은 정권 초에는 권력자의 입맛에 따라 정적들을 쳐냈고, 정권 말에는 반대로 권력 주변부를 뒤져서 자신의 조직을 보호했다. 어느새 검찰은 임기 5년짜리 정치권력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위세를 누리게 됐다.

1997년 대선 이후 등장한 진보정권에서 검찰개혁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김대중정부는 경찰수사권 독립을 추진했지만 검찰 반발에 부딪혀 불발됐다. 노무현 대통령은 ‘검사와의 대화’까지 시도했지만, 검찰개혁은 성과 없이 끝났다. 문재인정부는 검찰의 수사 범위를 극도로 제한하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시도했지만, 검찰총장 출신인 윤석열정부 들어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켰다. 1987년 이후 ‘권력 위의 권력’으로 등장한 검찰이 진보정권의 끊임없는 개혁 시도를 뿌리치고, 군과 안기부보다 더 긴 세월 동안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 군림해온 것이다.

하지만 결국 검찰도 군과 안기부와 마찬가지로 쇠퇴의 운명을 맞게 됐다. 군과 안기부는 위세가 약화되는 수순이었지만, 검찰은 조직 자체가 뿔뿔이 흩어지는 운명에 놓였다. ‘권력 위의 권력’도 종국에는 국민의 심판을 받아,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는 교훈을 남겼다는 평가다. 한정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7일 검찰청 폐지 배경과 관련 “그간 검찰의 견제 받지 않은 권한의 남용과 공정성 훼손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가 있었다”며 “선택적 수사·기소 편의주의 등은 국민 불신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수십 년 동안 ‘권력 위의 권력’ 행세를 하면서 스스로 조직 폐지의 운명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검찰청 폐지에 대한 반박도 만만찮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8일 SNS를 통해 “검찰청을 폐지한다는 것은 정권의 범죄는 덮고, 국민의 눈과 귀를 가리겠다는 선언일 뿐”이라며 “더 충격적인 것은 ‘수사’를 행정안전부로 몰아넣는 발상이다. 경찰·국정원 권한에 중대범죄수사청까지 얹히면, 결국 이 정부는 거대 권력기관을 만들어 정권의 방패막이로 삼게 된다.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아래 탄생하는 것은 국민을 지켜줄 사법 정의가 아니라, 권력을 지켜낼 수사권 독점 권력 괴물”이라고 밝혔다. 수사권한이 집중되는 행안부가 또 다른 ‘권력 위의 권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로 읽힌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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