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재판 장기화
에디슨모터스 만 3년간 재판중 … 최장기간
테라루나도 2년6개월…영풍제지·카카오 등도
전문가 “제도개선 앞서 피해자 구제 신속해야”
법원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재판이 장기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사건은 1심이 만 3년간 이어지고 있어 피해자 구제에 속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증권 중심지인 여의도를 관할하는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사건 재판이 집중돼 있다. 이런 가운데 사회적 이목을 끈 사건의 경우 증인신문이 계속되면서 결론이 나지 않아 재판이 장기화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쌍용자동차 인수를 시도한 에디슨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재판은 피해자가 12만5000명에 달하는 사건이다. 관련자 10명이 2022년 10월 1620억원대 시세차익을 얻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지만 만 3년간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4일 형사합의13부(김상연 부장판사)는 사건 핵심 인물인 강영권 회장 증인신문을 거쳐 쟁점정리기일을 가진 뒤 올해 안에 1심 선고를 마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허위공시와 가장납입을 통한 부당이득, 회사 자금 유용 등 혐의를 받는 대우조선해양건설 사건도 수년째 재판이 계속되고 있다. 김용빈 회장을 비롯한 10명은 285억원 부당이득, 54억원 횡령 등 혐의로 2023년 4월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기업 비리 종합판’으로 불리는 이 사건이 내년 상반기는 돼야 검찰과 변호인측의 종합의견 진술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자산 폭락 사태를 초래한 테라·루나코인 사건도 장기 재판 중이다. 신현성 전 차이코퍼레이션 총괄대표 등 9명은 2023년 4월부터 사기적 부정거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등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 추정 피해액이 4629억원에 달하는 이 재판은 지금도 피해자 증인신문을 하고 있다.
6000억원대 부당 이득을 취한 혐의의 영풍제지 주가조작 사건도 2년째 재판 중이다. 2023년 11월 기소된 사건은 330여개 계좌를 이용한 가장·통정매매, 고가매수 주문 등으로 사건이 확대돼 현재 25명에 대한 재판이 병합 진행 중이다.
한편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사건은 2년 만에 결론이 날 전망이다. 검찰은 지난 2023년 11월 카카오가 하이브의 SM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해 2400억원을 동원한 혐의로 관련자를 순차적으로 기소한 바 있다. 김범수 창업자와 배재현 전 투자총괄대표 등 10명은 다음 달 21일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자본시장법 재판 장기화는 복잡한 법리와 다수의 피고인·증인의 존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유형은 미공개정보 이용, 시세조종, 무자본 M&A, 시장질서 교란 행위 등이 대표적인데 공소사실의 특정, 피고인 관여 여부, 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의 방대함이 재판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사건은) 자체가 복잡하고, 제출된 증거와 관련된 사람이 많다”며 “법정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증거조사, 증인신문에 의해 재판이 장기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지역의 한 부장판사는 “기본적으로 증인이 많기 때문”이라며 “증인 1명에 하루가 걸리기도 하는데 기일에 안 오거나 못 나온다고 하면 또 시간이 지나간다”고 말했다.
전관 출신 변호인은 “120명 증인신문이 남아 있는 경우도 있다”며 “정상적인 사법시스템이라면 구속 후 6개월 이내에 결론을 내줘야 한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속 피고인의 경우 재판 장기화로 보석 석방되는 사례도 많아 피해자들의 법 감정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조인들은 증거조사와 증인신문 절차의 효율화 등 제도 개선의 필요성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한 법조인은 “(시스템 개선에 앞서)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려는 검찰·법원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