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 도입 12년, 대구·경남 기초단체 ‘0’

2025-09-08 13:00:02 게재

서울 25개, 경기 31개 시군구는 모두 시행 … 서울시 2025년 1만1779원, 부산·광주보다 낮아

12년 전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에서 시작된 생활임금 운동이 130개 지방자치단체로 확대됐으나 여전히 113개 지역에서는 시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시와 경상남도 기초단체는 생활임금을 도입한 곳이 한 군데도 없었다.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연구원)이 8일 발표한 ‘노동앤이슈_생활임금 도입현황과 제도개선 과제’에 따르면 서울 경기 광주광역시 대전 산하 지자체는 100% 도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대구·경남 산하 지자체는 한 군데도 없었고 경상북도는 울진군 1곳만 도입했다.

최저임금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생활이 가능하도록 하는 임금이라면 생활임금은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 지급을 통해 노동자가 가족을 부양하며 인간적이고 문화적인 생활이 가능하도록 보장하는 임금이다.

1994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최저임금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처음 시작된 생활임금이 우리나라에 도입된 것은 2013년 1월 서울 노원구와 성북구가 저임금 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처음으로 도입했다. 2013년 12월부터 경기 부천시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시행하고 있다.

2025년 8월 현재 17개 특별광역시도와 113개 기초자치단체 등 130개 지방자치단체와 7개 시도교육청에서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해 시행 중이다.

생활임금 수준은 최저임금보다 15~29% 정도 높다. 생활임금이 가장 높은 광주시 2025년 생활임금은 시급 1만2930원으로 최저임금(시급 1만30원)보다 28.9% 더 많다. 광역시도 중에서 생활임금이 가장 낮은 대구시 경우도 시급 1만1594원으로 최저임금보다 15.6% 더 높다. 17개 특별광역시도 2025년 생활임금 평균은 시급 1만1850원으로 최저임금 1만30원보다 18.14% 더 높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월 38만380원 더 많다.

이재명 대통령은 7월 15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산림청 업무보고를 받고 “공공일자리에 최저임금이 아닌 적정임금을 지급하는 등 정부 재정지출을 활용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적정임금이 무엇인지 정확한 설명이 없었으나 현실적으로 최저임금보다 높은 임금에는 주요 지자체에서 조례 제정을 통해 시행하고 있는 생활임금도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생활임금은 공무원보수규정을 적용받지 않는 지자체 소속 노동자와 지자체 출자·출연 기관 소속 노동자, 위탁·용역 업체 소속 노동자에게 적용된다. 지자체로부터 보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기관·단체 소속 노동자에게 적용되는 곳도 있다.

강훈중 연구원 부원장은 “생활임금이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인상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노동시장의 양극화 해소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라면서 “하지만 적용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 부원장은 현 생활임금 적용상 문제점으로 4가지를 꼽았다.

첫째, 생활임금제도가 법령이 아니라 각 지자체의 조례를 통해 시행되고 있어 생활임금조례 시행 여부에 따라서 지방자치단체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동일노동을 하면서도 임금에서 차이가 날 수 있다.

둘째, 생활임금이 시행되는 지역이라도 지역마다 다른 금액으로 정해져서 시행되고 있다. 생활임금 시행 역사나 재정상태로만 본다면 서울시가 당연히 가장 높은 금액이어야 한다. 하지만 서울시보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광주·부산이 서울보다 더 높다.

셋째, 생활임금 효력에 관한 문제다. 각 지방자치단체의 생활임금 조례에는 생활임금 대상의 발굴 및 확대를 위해 자치단체장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생활임금 장려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또 지자체와 위탁 용역 조달 등의 계약을 체결하고자 하는 당사자와 생활임금 적용에 관한 내용을 계약으로 체결할 수 있고 생활임금 적용기업을 우대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생활임금은 어디까지나 권고사항으로 적용대상 노동자에게 생활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지급하더라도 이를 처벌할 수단이 없다.

마지막으로 생활임금을 심의하는 생활임금위원회에 노동자 대표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지 않고 있다. 지방의회 의원이나 생활임금 관련 공무원, 관련 전문가 등의 참여는 보장하고 있으면서 정작 생활임금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노동자단체 대표 또는 추천인의 참여를 조례로서 보장하는 지자체는 8개 특별·광역시 중에서 서울시와 세종시 2곳에 불과하다.

강 부원장은 “공무직노동자의 처우개선은 중요한 정부과제”라면서 “지역간, 중앙·지역간 공무직 차별해소를 위한 법제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활임금 미실시 지역에서 지역노사민정협의회에서 논의하고 생활임금조례 제정해 도입할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한남진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