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해양수도 출발부터 ‘흔들’

2025-09-09 13:00:41 게재

해수부 기능·예산 그대로 머물러 … 부산·야당서 실망감 확산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 건설에 대한 기대가 큰 부산지역이 7일 발표한 정부·여당의 정부조직개편안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산으로 옮기는 해양수산부가 새로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도 갖출 것을 기대했지만 정부조직개편안은 현재 해수부 모습에 그대로 머물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 정부가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서도 해수부는 정부 전체 예산의 1% 비중으로 윤석열정부와 같은 수준에 그쳤다.

전재수(오른쪽)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 참석해 윤창렬 국무조정실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8일 해양수도부산발전협의회는 “해양수산부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를 포함한 정부조직 개편을 촉구한다”며 긴급 성명서를 발표했다. 협의회는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 건설을 공약한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20여개 해양 및 부산지역 시민단체 등이 구성했다.

협의회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국정과제를 수행해야 할 해수부 기능 및 조직 확대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며 “조선·해양플랜트 등 필수적인 해양행정 업무가 통합되지 않는 해수부의 이전은 해양수도 부산, 해양강국 대한민국의 국정과제와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협의회는 “정부여당이 조선,해양플랜트 등의 업무 통합, 북극항로 개척 등과 관련한 해수부 기능 강화와 조직 확대 방안을 최종 정부조직 개편에 반영,추진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부산시당도 정부조직개편안에 해수부 기능 강화 방안이 빠졌다며 이날 규탄 성명서를 발표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만약 이번 개편안에 따라 (해수부의) 실질적 역할 강화 방안은 빠지고 간판만 부산으로 옮긴다면, 대선용 환심성 공약에 불과했음을 이재명 대통령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될 것”이라며 “정부는 보여주기식 이전을 멈추고, 해수부가 부산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낼 국가적 컨트롤타워가 될 수 있도록 실질적 개편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해수부 안에서도 예산과 기능이 현재 수준 그대로 머무는 데 대한 당혹감이 드러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10여년에 걸쳐 서울에서 세종으로 삶의 기반을 옮겼는데 다시 부산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이라며 “불편한 일들이 많겠지만 새정부가 내세운 북극항로 준비와 해양수도권 건설이라는 역할을 할 수 있는 부처로 역할과 위상이 커지면 감수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는데 부처 예산과 기능이 지금과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니 힘이 빠진다”고 말했다.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준비과정과 장관 취임식에서 “북극항로 시대를 선도하는 대한민국 콘트롤타워로서, 해수부 구성원이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하나 더 다는 핵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수부 역할과 위상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의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국토교통부의 항만배후 인프라개발 부문 등을 구체적으로 거론한 바 있다.

여당과 야당에서는 각각 해수부 기능 강화 방안을 담은 정부조직개편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윤준병 의원이 대표 발의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해수부에 복수차관제를 신설하는 방안을 담았고, 서삼석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도 복수차관제와 조선 업무를 포함했다.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편안도 해수부 기능에 조선·해양플랜트, 해양에너지, 수산식품 등을 포함하고 복수차관제 신설 방안을 담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여·야 대표와 회동에서 “공통 공약은 과감하게 같이 시행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제안해 정부조직개편안 심의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생길 지 주목된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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