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예산낭비’ 이북5도위원회 무용론

2025-09-09 13:00:23 게재

차관급 정무직 5명 고액연봉 논란

연간 100억원 쓰지만 역할 없어

"도지사 등 명예직으로 전환해야"

이북5도위원회 무용론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연간 100억원이 넘는 예산을 쓰고 있는 대표적인 예산낭비 사례로 꼽힌 탓이다. 특히 5명의 차관급 도지사에게 지급되는 고액 연봉이 논란이 됐다.

정부세종청사 중앙동 행정안전부 전경. 사진 행안부 제공

9일 행정안전부 등에 따르면 이북5도위원회는 북한 지역인 황해도와 함경남·북도 평안남·북도 5개 지역을 대표하는 조직이다. 도지사는 차관급으로 연봉 1억4500만원과 업무추진비 1500만원이 지급된다. 관용차와 비서진, 사무실도 제공된다.

이들뿐만 아니다. 100명 가까운 명예 시장·군수, 900명이 넘는 읍·면·동장도 임명한다. 명예 시장·군수와 읍·면·동장에게도 매월 수십만원의 수당이 지급된다. 한 위원회에 차관급 정무직 공무원 5명과 명예직 기관장이 1000명 넘게 있는 기형적인 조직인 셈이다.

이북5도위원회의 주요 업무는 헌법상 미수복 영토인 북한지역을 대표하는 상징적 지위를 유지하는 일이다. 월남 이북도민과 자녀세대 행사 지원, 북한이탈주민(탈북민) 지원이 업무의 전부다.

하지만 이 조직이 연간 사용하는 예산은 100억원을 넘는다. 이 예산 중 80% 이상은 인건비와 운영비다. 사업비는 22억원에 불과하다. 22억원이 드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인건비·운영비로만 80억원 넘게 쓰고 있는 셈이다.

이북5도 도지사 임명도 깜깜이다. 현재 도지사는 전쟁 과정에서 월남한 실향민 2명과 육사 출신 퇴역군인 2명, 전직 국회의원 1명이 맡고 있다. 차관급 정무직인 만큼 별도로 정해진 임기는 없다. 행안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자리다. 사람들의 눈과 관심에서 벗어나 있다 보니 차관급 정무직 공직자인데도 불구하고 누가 임명됐는지도 잘 알지 못한다.

이북5도위원회 예산낭비 사례는 지난달 13일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나라경제 절약 간담회’에서 직접 보고될 안건으로 검토됐다. 하지만 8.15 광복절 기념식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이념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이유로 최종 안건에서는 제외됐다. 그런데도 이 사례가 주목받게 된 이유는 이날 간담회에 앞서 나라살림연구소가 제출한 서면보고서에 담겼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에게 보고된 보고서인 만큼 관련 부처가 대응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 됐다.

실제 행정안전부는 이북5도위원회 예산 분석에 나섰다. 이미 내년도 정부예산안이 확정된 상태라 당장은 운영비 10%를 삭감하는 선에서 일단락됐지만, 내년 행안부 내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이북5도위원회 예산낭비 논란은 오래전부터 제기된 문제”라며 “내년 행안부 조직개편 과정에서 이북5도위원회 문제도 함께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국회에서도 이북5도위원회 폐지 논의가 시작됐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이 관련 법안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용혜인 의원은 21대 국회 때부터 이북5도위원회를 대표적인 예산낭비 조직으로 규정하고 폐지를 주장해 왔다.

시민사회도 나섰다. 대표적인 곳이 나라살림연구소다. 나라경제 절약 간담회에서 이재명 대통령에게 석탄보조금 등 예산낭비 사례를 소개해 주목받은 단체다. 이 단체도 몇년 전부터 이북5도위원회 폐지를 주장해 왔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이북5도위원회는 국가 재정을 낭비하는 아주 대표적인 사례”라며 “당연히 폐지되어야 할 조직이지만, 백번 양보해도 도지사 등을 명예직으로 전환해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신일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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