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당 안팎서 통합이냐 선명성이냐 갈림길
8월 전대서 “이재명 탄핵” “내부 적이 더 위험” 선명성 부각해 당선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친한 김형동 발탁 … 기류 변화 관측도
강성보수 “선명성 회복해야 낙동강 방어선 유지” … 장 대표 선택 주목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탄핵’ ‘찬탄파(탄핵 찬성) 징계’란 초강경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강성보수층은 통합을 내건 김문수 대신 선명성을 외친 장동혁을 택했다.
장 대표는 임기 2년 동안 강성보수층의 눈높이를 맞추는 선명성을 고수할까, 아니면 여권과 찬탄파의 손을 잡는 통합으로 선회할까.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동혁 리더십’이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국민의힘) 안에 있는 적 1명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주장을 앞세워 당선됐다. 장 대표는 강성보수 성향으로 분류됐다.
장 대표는 당선 이후에도 여권·찬탄파에 대한 적대감을 곧잘 드러냈다. 지난 4일 특검을 특견(犬)에 비유하며 “특견은 늘 주인을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다. 권력의 추가 1도만 기울어도 특검의 칼은 곧바로 주인의 심장을 향할 것”이라며 여권과 특검을 겨냥한 독설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는 “전당대회에서 저를 최악이라고 표현한 분과 어떤 통합을 하고 어떤 정치를 함께할 수 있겠냐” “(내가 찬탄파를) 품고 간다거나 통합을 추구한다고 표현하는 것에 유감”이라며 찬탄파·친한계를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당 안팎에서 통합보다 선명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8일 이 대통령·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만나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등에 일부 합의하면서 여권과의 관계에 기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장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과 30분간 단독 회동도 가졌다.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다”는 농담과 함께 정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바 있다. 장 대표의 이날 언행은 대여 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해 보였다.
장 대표는 이날 당내에서도 통합 손짓으로 해석될 법한 행보를 보였다. 정책위 수석부의장에 친한계 김형동 의원을 발탁한 것. 친한계 박상수 전 대변인은 8일 SNS를 통해 “장동혁은 말과 행동이 늘 따로 논다”며 장 대표의 연합뉴스 인터뷰와 김형동 발탁을 본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박 전 대변인은 “남은 자리들에서 아직 놀랄 인사가 남아 있다”며 장 대표가 찬탄파·친한계를 껴안는 통합 인선을 단행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 대표가 선명성과 통합이란 냉온탕을 오가는 행보를 보이면서 향후 정국에서 어느 쪽으로 안착할지 주목된다. 장 대표가 8일 이 대통령에게 △특검 수사를 통한 야당 탄압 중단 △특검법 개정안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 △최교진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철회 등을 요청했지만 수용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장 대표가 결국 ‘이재명 탄핵’ 공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내 문제도 마찬가지다. 찬탄파와 친한계가 ‘윤석열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는 만큼 장 대표로서도 이들을 겨냥한 강경 대응을 계속 모르쇠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일부 강성보수층에서는 벌써부터 장 대표에게 통합 대신 선명성을 택해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친윤으로 꼽히는 신 평 변호사는 “국민의힘이 선명성을 회복해야 우선 ‘낙동강 방어선’이 유지된다”며 장 대표의 통합 행보를 견제했다.
임기 2년을 막 시작한 장 대표가 벌써부터 당 안팎에서 통합이냐 선명성이냐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할 지 조속한 시일 내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