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당 안팎서 통합이냐 선명성이냐 갈림길

2025-09-09 13:00:32 게재

8월 전대서 “이재명 탄핵” “내부 적이 더 위험” 선명성 부각해 당선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회동·친한 김형동 발탁 … 기류 변화 관측도

강성보수 “선명성 회복해야 낙동강 방어선 유지” … 장 대표 선택 주목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달 전당대회에서 ‘이재명 탄핵’ ‘찬탄파(탄핵 찬성) 징계’란 초강경 공약을 앞세워 당선됐다. 강성보수층은 통합을 내건 김문수 대신 선명성을 외친 장동혁을 택했다.

장 대표는 임기 2년 동안 강성보수층의 눈높이를 맞추는 선명성을 고수할까, 아니면 여권과 찬탄파의 손을 잡는 통합으로 선회할까. 내년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장동혁 리더십’이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다.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전당대회를 앞두고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 “(국민의힘) 안에 있는 적 1명이 훨씬 더 위험하다”는 주장을 앞세워 당선됐다. 장 대표는 강성보수 성향으로 분류됐다.

장 대표는 당선 이후에도 여권·찬탄파에 대한 적대감을 곧잘 드러냈다. 지난 4일 특검을 특견(犬)에 비유하며 “특견은 늘 주인을 물어뜯을 준비를 하고 있다. 권력의 추가 1도만 기울어도 특검의 칼은 곧바로 주인의 심장을 향할 것”이라며 여권과 특검을 겨냥한 독설을 쏟아냈다. 장 대표는 7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는 “전당대회에서 저를 최악이라고 표현한 분과 어떤 통합을 하고 어떤 정치를 함께할 수 있겠냐” “(내가 찬탄파를) 품고 간다거나 통합을 추구한다고 표현하는 것에 유감”이라며 찬탄파·친한계를 향한 분노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당 안팎에서 통합보다 선명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확실한 신호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8일 이 대통령·정청래 민주당 대표와 만나 민생경제협의체 구성 등에 일부 합의하면서 여권과의 관계에 기류 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악수하는 여야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여야 지도부 오찬 회동에 참석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장 대표는 이날 이 대통령과 30분간 단독 회동도 가졌다. “정 대표와 악수하려고 당 대표가 되자마자 마늘하고 쑥을 먹기 시작했다”는 농담과 함께 정 대표와 악수하는 장면도 연출했다. 정 대표는 “악수도 사람하고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에 대한 적개심을 드러낸 바 있다. 장 대표의 이날 언행은 대여 관계에 미묘한 변화를 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기에 충분해 보였다.

장 대표는 이날 당내에서도 통합 손짓으로 해석될 법한 행보를 보였다. 정책위 수석부의장에 친한계 김형동 의원을 발탁한 것. 친한계 박상수 전 대변인은 8일 SNS를 통해 “장동혁은 말과 행동이 늘 따로 논다”며 장 대표의 연합뉴스 인터뷰와 김형동 발탁을 본인의 관점에서 재해석했다. 박 전 대변인은 “남은 자리들에서 아직 놀랄 인사가 남아 있다”며 장 대표가 찬탄파·친한계를 껴안는 통합 인선을 단행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장 대표가 선명성과 통합이란 냉온탕을 오가는 행보를 보이면서 향후 정국에서 어느 쪽으로 안착할지 주목된다. 장 대표가 8일 이 대통령에게 △특검 수사를 통한 야당 탄압 중단 △특검법 개정안 등에 대한 거부권 행사 △최교진 교육부장관 후보자 지명철회 등을 요청했지만 수용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에서 장 대표가 결국 ‘이재명 탄핵’ 공약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당내 문제도 마찬가지다. 찬탄파와 친한계가 ‘윤석열 탄핵’에 대한 입장을 바꿀 가능성이 없는 만큼 장 대표로서도 이들을 겨냥한 강경 대응을 계속 모르쇠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일부 강성보수층에서는 벌써부터 장 대표에게 통합 대신 선명성을 택해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친윤으로 꼽히는 신 평 변호사는 “국민의힘이 선명성을 회복해야 우선 ‘낙동강 방어선’이 유지된다”며 장 대표의 통합 행보를 견제했다.

임기 2년을 막 시작한 장 대표가 벌써부터 당 안팎에서 통합이냐 선명성이냐를 놓고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섰다는 관측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선택이 더 유리할 지 조속한 시일 내에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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