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동산 증권화 630조원…역대 최대 규모
지방 중심 5년간 6배 급증, 대도시보다 수익률 높아
오래된 민가나 노인시설 등 매입해 운용수익 배분
일본에서 부동산의 증권화를 통한 유동성이 확대하고 있다.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보다 지방도시 중심으로 수익성이 높아 투자자의 관심도 높다. 주로 지역내 오래된 민가나 노인 숙박시설 등에 투자해 운용수익을 배당하는 방식이다.
일본 국토교통성이 최근 발표한 ‘부동산 증권화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증권화 대상 부동산의 자산은 66조6000억엔(약 630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기준 일본 전체 부동산시장 3137조엔의 2% 수준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부동산 유동화에 따른 시장규모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19년 기준 40조7000억엔 규모에서 지난해까지 5년 만에 63.6% 성장했다. 특히 지방도시 부동산의 유동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증권화를 위한 거래 물건은 지난해 지방의 경우 384건으로 최근 5년간 6배 늘었다. 도쿄 등 12개 대도시 지역은 같은 기간 1224건으로 2배 증가했다. 유동화 절대 건수와 금액은 여전히 대도시가 주도하지만 지방도시도 이러한 흐름에 올라섰다는 의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방도시에서 유동화가 빨라지는 이유는 지역내 신흥 기업과 오래된 상가가 부동산 보유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며 “소유한 부동산 자산을 기반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지방의 오래된 민가나 노인 숙박시설 등에 투자 자금을 모아 개발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증권화를 통해 사업을 주도하는 기업은 가용한 자산을 놀리지 않고 가동해 사업에 집중할 수 있다. 이들 기업은 보유한 빌딩이나 가게, 시설을 펀드 또는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하고, 펀드 등은 여러 투자자에 증권을 판매하는 방식이다.
다만 부동산 개발회사 등은 펀드로부터 재수탁 등의 형태로 빌딩이나 점포, 시설 등에 대한 운영을 계속한다. 동시에 소유권 매각으로 얻는 자금으로 대출을 상환하고, 새로운 투자처에 사용하기도 한다.
예컨대 관광사업을 주로 영위하는 시즈오카시에 있는 CSA트래블은 지난 1월 증권화 방식을 통해 오래된 민가를 개조한 숙박시설 2개 동을 시즈오카파이낸셜그룹 계열의 부동산투자자문회사 펀드에 매각했다. 이후 펀드로부터 수탁받는 형태로 2개 동의 운영을 계속하면서 매각으로 얻은 자금을 다른 민가의 개축과 리모델링에 충당할 계획이다.
이 회사 이케타니 전무는 “우리 회사만의 힘으로 개발자금을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펀드로 증권화하면 여러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고 기업으로서도 투자금 조달의 여러 선택지가 생기는 셈”이라고 말했다.
요양사업을 하고 있는 구마모토시의 켄프로사는 지난해 9월 개업한 노인복합시설의 개발자금을 증권화를 통해 조달했다. SPC를 통해 약 30억엔(약 280억원)을 조달했다. SPC에는 리스회사 등이 출자하고, 규슈파이낸셜그룹 산하 히고은행이 대출했다.
지방에서는 물류시설이나 호텔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도심의 물건은 투자처로 과열된 상태여서 투자수익율이 떨어지고 있다. 구리야마 도시카즈 농림중앙금고 부동산투자부장은 “지방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며 “도심의 물건은 취득하려는 경쟁이 심하고, 투자자가 바라는 수익률을 담보하기 어려워 지방의 물건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자산을 유동화하려면 지방 금융기관의 자금도 빠질 수 없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부동산 유동화 등을 목적으로 하는 SPC 전용 대출잔액은 지난 6월 기준 약 16조엔(약 150조원)으로 최근 5년 동안 2.5배 증가했다. 저금리 시대에 자금운용을 고심하던 지방은행이 새로운 수익원으로 부동산 대출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부동산 증권화에 따른 위험성도 있다는 평가다. 신문은 “지방살리기라는 대의명분으로 채산성에 맞지 않는 부동산의 증권화도 있다”며 “금융기관과 투자자는 지역활성화와 시설의 수익성이 양립할 수 있는지 등을 잘 살펴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