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묻지마 살인’ 박대성 무기징역

2025-09-09 13:00:46 게재

1·2·3심 모두 … 대법 “부당하지 않아”

지난해 전남 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학생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대성에게 대법원이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살인 및 살인예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대성의 상고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14일 확정했다.

박대성은 지난해 9월 26일 0시 44분께 전남 순천시 조례동 거리에서 여성 행인(당시 18세)을 별다른 이유 없이 흉기로 여러 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행 직후 흉기를 소지한 채 여성 주인이 운영하는 주점과 노래방을 찾아다니며 추가 살인 범죄를 예비한 혐의도 있다.

그는 경제적 궁핍, 가족 간 불화, 소외감 누적 등 개인 불만의 분풀이로 이른바 ‘묻지마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노래방에서는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말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1심은 박대성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20년의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1심 재판부는 “살인죄는 사람의 생명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이고, 인간의 생명이 침해된 후에는 어떠한 방법으로도 회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그 책임은 매우 무겁다”며 “외동딸이자 사회에 첫 발을 내딛고자 했던 피해자가 젊은 나이에 무참히 목숨을 잃었으며, 남겨진 유족들은 딸을 허망하게 떠나보내고 괴로워하고 있다”고 했다.

박대성측과 검찰은 양형부당을 이유로 1심 판단에 불복했으나, 2심은 항소를 기각해 형량을 유지했다.

2심 재판부는 “전국민적 공분을 샀고 피해자와 유족의 참담한 고통에 대해 어느 누구도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며 “최근 박씨가 재판부에 제출한 반성문을 계기로 평생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참회·속죄하길 바란다”고 했다.

다만 검찰이 구형한 사형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엄중한 형으로 처벌해야 할 필요는 충분히 있지만 사형에 처하는 것이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당하다고 인정할 만큼의 특별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수형인은 20년이 지난 후에는 가석방이 가능하지만 이같이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 무기징역이 확정된 수형자는 가석방 여부를 엄격히 심사하고 제한하는 방법 등으로 범죄인을 사회로부터 영구히 격리시켜 자유를 박탈하는 무기징역형의 목적과 효과를 충분히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심신미약, 살인예비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원심이 피고인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결을 유지한 것이 심히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9월 30일 신상정보공개심의원회를 열고 박대성의 이름·얼굴·나이 등을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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