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병원 다 해요. 괜찮아요” 알고보면 보험사기
실손·장기보험 허위 청구 지난해 1만9천명 적발
보험사기 신고센터 제보, 포상금 최대 20억원
실손보험의 경우 1일 통원보험금 한도는 20만원이다. 실제 치료비 60만원을 지급했다면 20만원만 실손보험금이 지급된다. 하지만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A병원은 허위 영수증을 분할 발급해주겠다고 환자에게 제안해 20만원짜리 영수증 3개를 지급했다. 환자는 보험사로부터 20만원씩 3차례 총 60만원의 보험금을 받았다. 실손보험의 전형적인 쪼개기 수법이다. 경찰 수사를 통해 병원 관계자와 환자 등 320명을 검거했다.
경찰 수사를 거쳐 검찰에 의해 재판에 넘겨지면 환자들도 처벌을 받는다. 대부분 환자들은 “불법인 것을 몰랐다” “의사가 시키는대로 했다”라며 선처를 호소하지만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유죄를 피하기 어렵다. 간혹 선고유예나 적은 액수의 벌금형 처벌로 형사 절차가 끝날 수 있다. 하지만 다 끝난 게 아니다. 보험사는 다시 환자에게 민사소송을 제기한다. 지급받은 보험금을 토하라는 청구도 있고, 법원에 실손보험 계약을 해지 또는 무효로 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민사소송에서 패하면 계약자의 경제적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8일 금감원에 따르면 진단서 위·변조 등 실손·장기보험의 허위·과다 관련 보험금 청구금액은 2024년을 기준으로 2337억원, 적발인원은 1만9401명에 달한다.
앞서 언급한 사례처럼 고가의 비급여 치료비를 여러 날짜에 걸쳐 치료 받은 것처럼 진료비를 쪼개 청구 및 수령하는 경우가 가장 많았다. 또 실손보험 대상이 아닌 피부미용 등 시술을 받았는데도, 도수 치료 등으로 항목을 바꿔 보험금을 청구하는 경우도 있다. 허위 진료기록으로 입원한 뒤 보험금을 수령하거나 진료비를 부풀리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도수치료 10회에 서비스로 수액처방을 해주겠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서비스가 아니다. 병원이 일반 진료로 속인 뒤 건강보험공단에 급여를 청구하다 적발된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경우 보험금을 받거나 급여 혜택을 받은 게 환자라, 법적 책임을 모두 지게 된다.
입원치료가 필요하지 않는데도 병원에 입원한 뒤 피부미용 시술을 받는 경우도 있다. 병원이 진료기록을 조작한 뒤 환자가 보험금을 받도록 돕는 경우도 있다. 병원 간 경쟁이 심화되자 환자 유치를 위해 기행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라 실손보험금 허위 청구 등에는 최대 징역 10년 이상 징역 또는 벌금 5000만원 이하로 처벌할 수 있다. 특히 가로챈 보험금이 5억원 이상이면 3년(50억원 미만)에서 최대 무기징역(50억원 이상)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다.
다만 의료인의 처벌은 아직도 솜방망이다. 의료인이 진료기록부 등을 거짓 작성하거나 고의로 사실과 달리 추가 기재·수정한 때에는 의료법상 1년의 범위에서 면허자격을 정지시킬 수 있고,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 부과도 가능하다. 다만 보험사기로 실형이 선고된 예는 찾아보기 드물다. 대부분 병원 사무장 등 직원 탓으로 넘기는 경우가 있고, 보험사기가 이뤄지는 병원들의 의료진은 봉직의사 이른바 페이닥터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보험사기를 제안 받거나 의심사례는 ‘보험사기 신고센터’에 알리면 된다. 신고 내용에 따라 최대 20억원의 포상금이 지급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기가 병·의원 관계자, 브로커 등의 가담으로 지능화·조직화되고 있다“며 ”보험사기는 반드시 적발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