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 들어온 인공지능, 새로운 배움 이끌어

2025-09-10 13:00:01 게재

중·고교 AI 활용 수업 확산 … 학생 참여도·사고력 향상, 올바른 사용 알려야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청소년 3명 중 2명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고 이 중 16.7%는 수업이나 과제가 계기가 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제는 교실에서도 AI의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이 AI에 과하게 의존하거나 잘못된 지식을 배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가 교실의 문턱을 넘는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실제 교사들의 수업 사례를 통해 교실에서 활용하기 좋은 프로그램과 주의할 점을 살펴봤다. 무조건 사용을 제한하기보다는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요약·정리해주는 AI를 찾아 쓰도록 안내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탐구 과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AI와 활용법을 소개한다.

바야흐로 인공지능(AI)의 시대다. 청소년 3명 중 2명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고 이 중 16.7%는 수업이나 과제가 계기가 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제는 교실에서도 AI의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이 AI에 과하게 의존하거나 잘못된 지식을 배울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AI가 교실의 문턱을 넘는다면 그것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실제 교사들의 수업 사례를 통해 교실에서 활용하기 좋은 프로그램과 주의할 점을 살펴봤다. 무조건 사용을 제한하기보다는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뢰할 만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요약·정리해주는 AI를 찾아 쓰도록 안내하는 일이 중요하다. 학습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탐구 과제의 질을 높일 수 있는 AI와 활용법을 소개한다.

◆역사 수업에 AI 접목, 탐구 활동 활발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청소년 3명 중 2명은 생성형 AI를 사용한 경험이 있고 이 중 16.7%는 수업이나 과제가 계기가 됐다고 한다. 이제는 교실에서도 AI의 존재감을 무시하기 어려운 가운데, 올바른 사용 방법이 학습 효과와 창의력 발달에 도움이 된다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서울 번동중 역사 교실이 대표적이다. 이 교실은 여느 교실과는 조금 다른 풍경이다. 공책과 나란히 모니터가, 교과서에 더해 AI 플랫폼이 학생들의 손끝에 닿아 있다. 김동은 서울 번동중 교사는 중학생의 눈높이에 맞춰 역사 교실을 흥미로운 배움터로 바꿨다. 대표적으로 두 수업이 눈에 띈다.

첫 번째는 탐구 기반 쓰기다. 이 수업은 학생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사고력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질문하기-탐구하기-쓰기’의 3단계로 글쓰기를 훈련한 후 한 편의 완성된 글을 써보며 학습 결과물을 최종 완성하는 활동이다. 김 교사는 그리스-로마 시대의 인물을 한 명 선정하고 그로부터 리더의 자질을 찾아 오늘날 우리 사회에 필요한 리더의 모습과 연결 짓는 수행평가를 진행했다.

학생들은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탐구 활동에 빠져들었다. 역사 속 인물을 선정해 교훈만 얻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인물이 가진 시사점과 가치를 오늘날 사회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고민하는 질문을 던졌다. 김 교사는 “알렉산드로스가 추구했던 세계시민주의를 현재 사례와 연결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설명했다”며 “과거 알렉산드로스가 펼쳤던 정책과 유사한 법을 찾고 이를 참고해 우리 사회에 적용할 만한 방법을 자료 조사를 통해 작성해보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AI의 답변을 수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 것이다. 탐구 기반 글쓰기는 AI의 답변을 ‘참고’해 자신의 탐구를 진행하고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데 주안점을 둔 활동이다. 김 교사는 “서울 이태원에 이슬람 사원이 존재하지만 대구에서는 주민 반대로 사원 설립이 무산됐다”며 “같은 한국 내에서도 상반된 문화 갈등 사례를 살피고 AI에 관련 질문을 던짐으로써 세계시민주의를 어떻게 실현할 수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역사 메타버스 방 탈출 게임이다. 중학생들은 흔히 역사가 당장 자신의 삶과 무관하다고 느껴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역사 메타버스 방 탈출 게임을 고안했다. 서울 번동중 학생들이 최근 배운 삼국 시대를 배경으로 3D 모델링이 가능한 Meshy(메시) AI를 활용해 역사 인물과 유물을 구현하는 수업이다.

교과서 속 텍스트만으로 이해하기 어려웠던 삼국 시대를 학생들이 직접 시각화하는 과정은 큰 즐거움을 줬다. 학생들은 광개토대왕의 갑옷, 삼국 시대 유물 등을 메시 AI로 만들고 이를 가상의 역사 현장으로 꾸며 방 탈출 게임을 진행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이 직접 구조화하고 작성한 프롬프트를 입력해 역사 인물과 유물을 구현하고 이를 한 공간에 모아 역사 현장을 재현했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메시 AI가 처음 생성한 광개토대왕의 모습이 중세 유럽 기사와 비슷하게 나오자 학생들이 곧바로 우리역사넷의 자료를 찾아보며 진지한 토론을 이어갔던 에피소드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는 사건이었지만 학생들 스스로 정보를 교차 확인하며 역사적 고증을 하는 모습으로 이어진 것이다.

◆복습부터 글쓰기까지 맞춤 지원 = 고등학교에서 통과(PASS)/미통과(FAIL)로만 평가하는 교양 과목은 학생들의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성적이 산출되는 다른 과목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교양 과목인 ‘교육학’ 수업을 맡게 된 김정은 서울 휘봉고 교사는 AI 프로그램 ‘브리스크 티칭(BRISK TEACHING)’과 ‘자작자작’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김 교사는 “교과서 내용을 숙지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의 의견을 풀어볼 수 있도록 글쓰기 수업을 계획했다”며 “이때 AI를 활용한 반복적인 피드백이 학생들의 자기 주도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수업은 3단계로 구성했다. 먼저 학생들이 교과서 내용을 스스로 정리해 발표한다. 발표가 끝나면 ‘브리스크 티칭’으로 만든 챗봇이 앞선 발표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확인한다. 수업이 마무리되면 학생들은 AI 글쓰기 교육 플랫폼 ‘자작자작’에서 주제와 관련된 글을 써 제출하고 교사는 이를 바탕으로 학생이 수업 목표를 제대로 달성했는지 평가한다.

‘브리스크 티칭’은 구글의 웹 브라우저 ‘크롬’ 사용자라면 누구든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확장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자료를 선택한 다음 버튼 한 번만 누르면 수업 계획과 평가 기준, 수업용 프레젠테이션, 학생을 위한 간단한 퀴즈를 제작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퀴즈를 학생과 상호작용이 가능한 챗봇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AI 글쓰기 교육 프랫폼 ‘자작자작’은 학생이 글을 입력하면 평가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하고 구체적인 수정 사항을 제안한다. 김 교사는 “학생들에게는 타인과 자신의 점수를 비교하기보다는 제안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글을 수정하는 데 집중할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신뢰할 만한 AI 플랫폼 선별 중요 = 다양한 AI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알고 있는 활용법은 여전히 제한적이며 학습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부정확한 정보 제공, 표절 및 저작권 침해 가능성, 과도한 의존 등 AI 사용에 대한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무조건 사용을 제한하는 것이 옳은 일일까. 이제는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다 많은 자료를 참고해 전문적인 내용을 탐구하고 싶다면 퍼플렉시티(Perplexity) 사용을 추천한다. 퍼플렉시티는 대부분 학술 논문, 전문 서적, 공식 기관 자료 등 신뢰성 있는 출처를 기반으로 답변을 구성하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고 정확한 응답을 얻을 수 있다.

김동은 교사는 “자료 조사 시 할루시네이션(환각처럼 AI 모델이 사실과 다른 정보를 생성하는 것)이 심한 챗GPT보다 퍼플렉시티를 많이 활용한다”며 “퍼플렉시티를 사용할 땐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출처를 검증하고 데이터 편향성 등을 반드시 검토하도록 교육한다”고 말한다.

다양한 언론사의 기사를 한곳에서 검색하고 분석하고 싶다면 빅카인즈 이용을 권한다. 빅카인즈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기사 검색 사이트다. 특히 최근 AI 기능을 대폭 강화해 단순한 기사 검색을 넘어 뉴스 데이터에 기반한 질의응답이 가능해졌다. 시사성이 중요한 과제의 경우 이 기능을 사용하면 적합한 주제를 손쉽게 찾을 수 있다.

김동은 교사는 “학생들은 AI의 답변을 모두 신뢰하기보다 다시 출처를 검증하고 확인하면서 비판적 사고력을 길렀다”며 “AI를 활용해 서론-본론-결론을 갖춘 A4 1페이지 글을 완성한 건 디지털 리터러시 능력과 역사적 탐구력을 키우는 계기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체계적인 계획 수립과 꾸준한 실천을 강조한다. 무작정 AI 사용을 금지하기보다는 올바른 활용법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기수 기자·임하은·송지연 내일교육 기자 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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