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부산 글로벌도시’ 출발부터 유감
“찬물을 끼얹었다.” 이재명정부가 야심차게 마련한 정부조직 개편안에 해양수산부가 거론조차 되지 않으면서 부산 시민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해수부 이전에 대한 기대감이 달아오를 대로 달아올랐기 때문인지 실망감도 그만큼 컸으리라.
역대정권이 그렇듯 정부가 바뀌면 항상 가장 먼저 손을 보는 부분이 정부조직 개편이다. 새로 집권하는 세력의 국정운영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그림이 정부조직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이번 정부조직 개편에서도 찍힌 부처와 키워줘야 할 부처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검찰청 방송통신위원회 등은 해체의 칼날을 비켜가지 못했다. 반면 과학기술과 기후환경, 여성정책, 중소벤처기업 등 그동안 소외받던 부처들의 확대 개편이 눈에 띈다. 국회까지 압도적 의석을 장악한 이재명정부의 의지를 드러내려는 것인지 개편 규모 역시 대폭 컸다.
그런 와중에 해수부가 이번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시각이 많다. 알다시피 해수부 부산 이전은 이재명 대통령의 대표공약이고 민주당과 해수부장관까지 입을 모아 기능강화를 외쳐왔지 않은가. 부산시민 대다수가 개편안이 발표되면 해수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포함될 것이라고 여긴 이유다.
이와 관련해 20여개 시민단체들은 “기능강화에 대해 언급조차 않은 것은 국정과제에 배치되는 것”이라며 “실망스럽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부산시당에서도 “간판만 부산으로 옮긴다는 것”이라며 “대선용 환심성 공약에 불과했음을 인정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부산시 내에서도 아쉽다는 반응은 마찬가지다. “대대적 개편을 할 때 같이 해야지 언제 하겠다는 거냐”는 말들이 나온다.
사실 이런 의구심은 기능강화와 조직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 쥐꼬리 예산만 배정했다는 불만도 겹쳐 있는 듯하다. 그동안 정부 예산에서 해수부가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작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그러다가 부산을 글로벌 해양도시로 이끄는 역할을 부여받으면서 변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럼에도 최근 발표된 내년도 해수부 예산은 정부 총예산의 1% 수준에 머물렀다. 기능강화는 조직 확대 측면도 있지만 결국 예산과 직결된다. 쓸 수 있는 돈이 없는데 해수부가 부산에 온다고 글로벌 도시가 될 거라는 기대 자체가 순진한 발상인 셈이다.
이런 우려는 해수부 직원들 사이에서도 당혹감으로 표출된다. 권한도 돈도 없는 나홀로 부처 이전에 “이러다 낙동강 오리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결국 문제는 진정성과 의지에 더해 속도다. 기왕에 올해 안 시간표에 맞춰두고 이전작업을 펼치고 있는 만큼 해야 될 시기에 하지 않으면 의도는 왜곡돼 해석되기 쉽다. 때를 놓치면 힘은 배로 들고 감동을 받을 수도 없다.
곽재우 자치행정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