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카타르 수도 전격 공습

2025-09-10 13:00:01 게재

중재국까지 타격하자 국제사회 격앙 … 트럼프 주도 휴전협상 파국 위기

9일(현지시간) AFPTV의 영상 캡처 화면으로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폭발 이후 연기가 치솟는 모습이 보인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도하를 공습해 하마스 고위 지도자들을 겨냥했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Hamas)의 고위 지도부를 겨냥해 카타르 수도 도하를 전격 공습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 2년간 휴전 중재 역할을 해온 카타르를 직접 타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동 정세가 급격히 냉각되는 것은 물론이고 국제사회 비판도 거세지고 있다.

이스라엘 군 발표에 따르면 공습은 도하의 카타라 지구에서 벌어졌으며, 하마스 정치국원들이 거주하던 건물이 표적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하마스 테러 조직의 고위급 지도자를 겨냥한 정밀 타격이었다”며 “민간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밀 유도 무기를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투기와 드론이 이스라엘 본토에서 1800㎞ 이상 떨어진 도하 상공까지 이동해 10발의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언론 와이넷은 이번 작전은 ‘불의 꼭대기’로 명명됐으며, 수개월 전부터 준비해 온 정밀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는 공습 당시 하마스의 휴전 협상 대표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논의하던 중이었다고 전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라비야 방송은 칼릴 알하야 하마스 부의장과 자헤르 자바린 고위 간부가 사망했으며, 칼레드 메샬도 회의에 참석 중이었다고 보도했다.

하마스 측은 “대표단을 암살하려는 시도는 실패했다”며 알하야의 아들과 보좌관 등 5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또 카타르군 장교 1명도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고위 인사 사망을 수개월간 은폐한 전례가 있다”며 사망자 발표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규탄 성명을 내놓고 있다. 카타르 외무부는 “이번 공습은 국제법을 노골적으로 위반한 행위이며 카타르의 안보와 주권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며 “이스라엘의 무모한 행위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집트도 “위험한 선례이자 국제법 위반”이라며 강력히 규탄했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 튀르키예, 레바논, 이란 등도 일제히 카타르에 대한 연대를 표하며 이스라엘의 행동을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카타르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대한 명백한 침해”라고 공식적으로 규탄했고, 교황 레오 14세도 “매우 심각한 사태 전개”라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 내 반응은 엇갈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 트루스소셜에서 “카타르는 미국의 동맹이며 이번 공격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결정일 뿐 내 결정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도하에 대한 일방적인 폭격은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목표를 진전시키지 않는다”면서도 “하마스 제거는 가치 있는 목표”라고 언급했다.

트럼프는 공격 직후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했고, 이어 카타르 국왕과 총리에게도 사태를 설명하며 관계 유지를 강조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번 작전은 이스라엘이 독자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한 것”이라며 미국의 개입 가능성을 일축했다. 하지만 예루살렘포스트 등 일부 이스라엘 언론은 미국 정부가 사전에 공격 계획을 통보받았으며 ‘그린라이트’를 줬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은 “사전에 통보는 받았으나 이번 공습은 이스라엘과 미국의 공동 목표를 실현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습으로 인해,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외교적 균형을 유지해온 중동과 국제사회의 외교 지형에도 중대한 변화가 예고된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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