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시민 52% “EU·미 무역합의에 굴욕감”
과반이 “EU 수장 사임해야”
유럽연합(EU) 시민의 절반 이상이 EU·미국 간 무역합의를 비판적으로 평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고 9일(현지시간) 유로뉴스(Euronews)가 보도했다.
프랑스 싱크탱크 지정학연구그룹(GEG)의 정기간행물 르그랑콩티넝(Le Grand Continent)이 여론조사기관 클러스터17에 의뢰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대미 무역합의로 어떤 감정이 촉발됐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굴욕감’을 꼽았다. ‘관심 없음’이 22%였고, ‘안도감’, ‘자부심’을 느꼈다는 응답은 각각 8%, 1%였다.
응답자의 77%는 이번 합의가 대체로 미국 경제에 유리할 것이라고 답했고, EU에 유리할 것이라고 본 응답자는 2%에 그쳤다. 양쪽 모두에 공평한 타협안이라는 응답은 13%였다.
대미 무역합의를 총괄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의 사임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도 과반을 넘겼다. EU 27개국의 무역정책 전권은 집행위가 쥐고 있다.
응답자의 39%는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의 사임을 ‘매우 찬성한다’고 답했고, 21%는 ‘어느 정도 찬성’이라고 답했다. 반면 사임에 ‘강하게 반대한다’는 8%, ‘다소 반대’는 18%에 각각 그쳤다. 나머지 14%는 ‘모르겠다’고 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지난달 30일부터 이날 4일까지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폴란드 등 5개 EU 회원국 시민 53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7월 말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나 대부분 EU산 상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을 골자로 한 무역합의를 타결했다.
EU는 자동차, 의약품, 반도체에 대한 관세율도 15% 상한선을 약속받는 대가로 모든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기로 하고 민감하지 않은 농식품에 대한 미국산 수입 쿼터를 늘려주기로 했다. 60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도 약속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