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투자 약속 3500억달러…외환시장 파장 우려
“미국과 세부합의 교착상태”…일본도 투자각서 쓰고 후폭풍
대미 누적투자 보다 큰 금액…투자방식과 주체, 시기 등 관건
정부가 미국과 관세협상하면서 구두로 합의한 대미국 투자 3500억달러의 구체적인 문서화를 두고 고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시적으로 대규모 달러화 투자가 가져올 외환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9일 대미투자 관련 최근 협상과정의 어려움을 시사했다. 그는 이날 “(대미 투자가) 근본적으로 외환시장에 미칠 충격에 대해 같이 고민하고, 미국이 도와줄 부분은 해답을 달라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제로 협상이 교착상태에 있다고도 했다. 그만큼 3500억달러(약 480조원)라는 금액이 외환시장에서 가지는 비중과 규모가 크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힌다.
한국은행이 지난 6월 발표한 ‘2024년 지역별 국제투자대조표’(잠정치)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미국에 직접투자한 금액은 통계가 잡히기 시작한 200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잔액기준 2389억3000만달러이다. 전체 직접투자 잔액(7626억달러)의 31.3% 수준이다. 미국과 일본이 5500억달러 대미투자 양해각서상 명기한 2029년1월까지 기한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대규모 달러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우리나라가 가지고 있는 외환보유액(약 4200억달러)의 83% 이상이 대미투자를 위해 3년 안에 미국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먄약 이 정도 규모의 달러가 단기간에 미국으로 유출될 경우 외환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 김 실장도 “우리나라가 1년에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200~300억달러를 넘기기 어렵다”고 했다.
다만 3500억달러가 순수하게 원화에서 달러화로 환전을 거쳐 미국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한은 관계자는 “지금 한미간에 어떤 방식으로 어느정도 기간을 두고 이뤄지는지 전혀 확실한 것이 없다”며 “투자의 방식은 직접투자도 있지만 보증이나 현지 채권발행 등 다양한 수단이 있어 액면 그대로 3500억달러가 미국으로 가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대미투자의 최종 문서를 작성하기까지 △초기 시드머니인 출자금의 규모와 양국간 비율 △대출 및 보증의 규모와 비중 △기타 채권발행 등 펀든 방식 등 여러가지 세부 현안을 두고 갈등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앞서 김 실장은 지난 4일 TV토론에서 “우리가 무조건 돈을 대는 구조가 아니다”라며 “보증 한도를 3500억달러로 설정했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정확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일본과 같은 방식으로 미국이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4일(현지시간) 미일간 투자각서에 따르면 △투자분야와 세부 투자처는 트럼프 대통령 결정 △일본이 자금을 45일 내 납입하지 않으면 관세율 재인상 가능 △투자 과정에서 일본 기업의 참여 △투자수익의 배분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일본 안에서는 이번 양국간 합의에 대해 “불평등한 합의”(노무라연구소)라는 혹평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향후 최종합의까지 최소한 일본이 맺은 내용에서 얼마나 우리에게 유리한 각서를 맺는지가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한편 김 실장은 이날 “한미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미국 조선산업을 다시 위대하게 도와주겠다는) 마스가 프로젝트도 제대로 시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향후 양국가 협의과정에서 강하게 주장할 것은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