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도 못 간 ‘악수 정국’…여야 다시 ‘충돌 정국’

2025-09-10 13:00:15 게재

8일 이 대통령과 여야 대표 ‘악수’ … 9일 정청래 ‘국힘 해산’ 압박

10일 송언석, 이재명 100일 조목조목 비판 … 연말까지 충돌 예고

어렵게 만들어진 여야 사이의 ‘악수 정국’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도 못 넘겼다. 악수 다음날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국민의힘 해산’을 압박하자, 국민의힘은 “그럴 줄 알았다”며 전방위 대여 공세를 재개하는 모습이다. 정국은 다시 ‘충돌’로 치닫고 있다.

생각에 잠긴 정청래 대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8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 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 셋이 손을 맞잡는 장면을 연출하자, 정치권에서는 “간만에 협치가 성사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넘쳐났다. 이 대통령은 “우리 정 대표님은 여당이신데 더 많이 가지셨으니 좀 더 많이 내어주시면 좋겠다”며 협치 분위기를 띄웠다.

하지만 기대는 하루 만에 무너졌다. 정 대표는 9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힘이 이번에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며 거듭 ‘정당 해산’을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어제(8일) 협치를 위해서 손잡고 약속했던 것을 하루아침에 뒤집는 이런 정치는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장 대표)며 정 대표를 겨냥한 불만을 터트렸다.

곧바로 반격에 나섰다.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나선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이 되어간다”며 “지난 100일은 한마디로 ‘혼용무도(昏庸無道)’, 즉 어리석은 군주가 세상을 어지럽게 만든 시간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을 ‘어리석은 군주’에 비유한 것.

송 원내대표는 “정치는 협치를 파괴하는 거대여당의 폭주 속에 정치 특검을 앞세운 야당 탄압, 정치 보복만 있을 뿐” “투자를 가로막고 일자리를 빼앗는 온갖 반기업, 반시장 정책으로 경제도 민생도 무너지고” “허상에 사로잡힌 굴욕적인 저자세 대북정책으로 안보는 해체되고” “내각 인사는 갑질과 표절, 투기와 막말의 참사였고, 파렴치범들의 광복절 사면은 국민 통합의 배신이자 권력의 타락”이라며 이재명정부의 국정 전반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송 원내대표는 “여당 대표는 걸핏하면 ‘해산’ 운운하며 야당을 겁박하고 모독하는 반(反) 지성의 언어폭력을 가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전매특허인 ‘내란 정당’ 프레임을 씌워서 야당 파괴, 보수 궤멸의 일당 독재를 구축하려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정 대표의 ‘국민의힘 해산’ 연설을 반박한 것이다.

장 대표는 9일 정 대표의 연설을 겨냥해 “거대 여당 대표의 품격을 기대했는데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기세는 여의도 대통령을 보는 것 같았다”며 “민주당은 문재인정권 때처럼 이번에도 역시 적폐청산이라는 이름 아래 상대 진영을 말살하는 데만 몰두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원내수석대변인은 10일 이 대통령의 위철환 수원고등법원 조정위원회 회장을 중앙선관위원 후보자로 지명한 것과 관련 “위 후보자는 민주당 윤리심판위원장 출신일 뿐 아니라, 이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자 대선 당시 공개 지지까지 선언했던 인물”이라며 “대통령의 최측근을 선관위원에 지명하는 순간, 선관위의 독립성과 신뢰는 무너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9일 SNS를 통해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의 구속과 관련 “이재명정권의 종교 탄압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가 있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신도들과 함께 대형 교회를 이끌며 공개적으로 활동해온 목사를 ‘도망의 염려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하는 것은 억지이자 정치적 폭력”이라고 주장했다.

여야는 11일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안 표결을 놓고도 충돌할 전망이다. 특검은 권 의원이 통일교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보지만, 권 의원은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을 만났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여야 사이에 어렵게 성사됐던 ‘악수 정국’은 여야가 연이틀 주고받은 말폭탄으로 ‘없던 일’이 된 모습이다. 여야는 연말까지 계속될 정기국회 내내 입법과 예산, 특검 수사 등을 놓고 충돌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엄경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