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공무원 사칭 사기’ 막을 수 없나

2025-09-10 13:00:16 게재

‘사건발생→경찰신고·주의보’만 반복

“전국·광역 차원 수사, 특단 대책 필요”

지자체나 공공기관 직원을 사칭해 물품구매 사기를 시도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비슷한 유형의 ‘노쇼 사기’ 피해도 400억원을 넘어섰다. 대부분의 피해가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집중되고 있지만 검거율은 1%도 안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지자체들에 따르면 올해 들어 공무원을 사칭한 사기 범죄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기범들은 실제 기관 명칭과 직원 이름·직책을 도용하고 직인이 찍힌 공식 문서처럼 위조한 계약서, 구매요청서 등을 이메일이나 팩스로 보내 선급금 등을 요구하는 수법을 쓰고 있다.

공무원사칭허위거래명세서. 군포시 제공

최근 경기 군포시에선 대기측정기 13대를 급히 매매한다고 시청 별관으로 통장사본과 결제한 카드를 가지고 오라며 가짜 공무원 명함을 메일로 보내온 사례가 적발됐다 또 환경관련 물품을 구매하겠다는 안내를 받고 실제 입금해 금전적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경북 칠곡군에선 지난 5일 공무원을 사칭해 금품 송금을 요구하는 전화 사기로 한 군민이 2500만원의 피해를 입었다. ‘지원사업 물품비 결제’를 빌미로 접근해 군청 직인이 찍힌 위조 공문서와 가짜 명함을 제시하며 피해자를 속였다.

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한 물품업체는 전북소방 행정과 공무원을 사칭한 전화를 받고 1050만원을 송금해 피해를 입었다. 이 업체는 전북소방과 한차례 거래를 했던 터라 별다른 의심 없이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에선 공무원을 사칭해 심장제세동기 대리구매를 요구하거나 취약계층 대상 허니문 관광상품을 기획하고 있다며 여행업체에 물품 구매를 요청한 사례도 있다.

경북에서도 최근 소방공무원 등으로 속여 고가 장비와 물품 구매를 유도한 사기 사례가 잇따라 발생했다.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접수된 소방관 사칭 사기 시도는 총 14건에 달했다. 지난 6일 포항에서 안동소방서 직원을 사칭해 자동심장충격기(AED) 8대 구매대행을 요청했고 지난달 28일에는 영천에서 금호119안전센터 직원이라고 속여 자동심장충격기 구매대행을 요청, 업체로부터 5800만원을 송금받고 잠적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공공기관들은 이처럼 사기 사례가 적발되거나 피해가 발생하면 경찰에 신고하고 사업자 등에게 주의를 당부한다. 하지만 사기 범죄는 갈수록 수법이 다양해지고 횟수도 잦아지고 있다. 경기도가 지난 6월말 일선 시·군에 보낸 ‘공직자 사칭 사례 공유 및 예방·대응 활동 협조요청’ 공문에 따르면 공무원 사칭 범죄 사례 24건이 발생했고 다른 지역 지자체 공공기관에서 6월 한달간 발생한 공문서위조 및 보이스피싱 사건만 30건이 넘는다. 서울의 한 구치소가 지난 5월 전국 지자체 등에 배포한 ‘교정공무원 사칭 사기 관련 피해 예방 협조’ 공문에는 올해 2~3월, 2개월 사이에 무려 40건에 달하는 사기 사건이 적발됐다.

공공기관 등을 사칭한 ‘노쇼 사기’ 범죄도 마찬가지다. 박정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일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시·도별 노쇼 사기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전국에서 2892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규모는 414억원으로 대부분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노쇼 사기는 공공기관이나 대기업 등을 사칭해 대량 주문을 넣은 뒤 선결제나 대리구매를 요구하고 정작 현장에는 나타나지 않는 사기 수법이다. 지역별로는 경기도가 577건(피해액 7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284건(38억원) 서울 281건(33억원) 순이었다.

하지만 해당 공공기관들은 그때마다 ‘경찰 신고’와 ‘주의 당부’만 반복할 뿐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노쇼 사기 범죄의 경우 범인이 검거된 사건은 전체의 0.7% 수준인 22건(81명)에 불과했다.

피해금액대가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대로 비교적 크지 않고 전국에서 발생하다보니 제대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이 처음 발생했을 때도 건건이 경찰서별로 대응하다 피해만 확산됐던 걸로 안다”며 “소상공인들에게 피해가 집중되는 만큼 광역이나 전국 차원에서 특별수사에 나서는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현 의원도 “전화주문 사기는 공공기관 등의 이름을 빌려 소상공인을 현혹시키는 악질범죄”라며 “범죄를 뿌리 뽑고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경찰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태영 최세호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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