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안 공용시설, 미고지라면 계약취소”
법원, 시행사에 “분양대금 반환해야”
개별 소유자가 단독으로 사용하는 공간에 소방점검구 등 공용시설이 설치된다는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오피스텔상가 시행사에 대해 1심 법원이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5부(권기만 부장판사)는 지난 5일 수분양자인 A씨가 시행사 석성디앤씨를 상대로 제기한 분양대금반환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분양대금 6억여원을 전액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2017년 경기도 하남시 미사강변도시에 들어설 오피스텔 ‘미사 그랑파사쥬’ 내 19평 상가를 6억545만원에 분양받았다. 문제는 주변 18개 상가의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통제하는 소방점검구가 해당 상가 내부에 설치된다는 사실을 분양 당시 고지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2020년 잔금을 치르고 소유권을 취득한 A씨는 소방법상 점검구 앞을 가로막는 구조물을 비치할 수 없다는 점을 알게 됐다. 또 정기점검이나 유사시 방재담당 직원이나 소방관리업체 직원, 소방관 등 관계인들이 드나들도록 상가 열쇠를 관리실에 맡겨야 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같은 사유로 A씨는 분양 받은 이후 임차인을 들이지 못하는 등 막대한 재산상 피해를 입어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소방점검구에 대한 실질적 사용제한 등에 관해 개별적이고 충분한 고지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분양계약서에 ‘일부 상가에 공용설비 점검을 위한 점검구가 설치될 수 있음’이라는 문구가 있지만 이는 일반적인 유의사항을 기재한 것일 뿐 점검구의 크기, 위치 및 호실 공간에 대한 실질적 사용제한 등에 관해 개별적이고 충분한 고지의무를 다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부동산 거래에서 상대방이 이에 대해 고지를 했더라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 명백한 거래”라며 “고지의무 위반은 부작위에 의한 기망행위에 해당하므로 수분양자는 분양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 반환을 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원고측 대리 법무법인 ‘도시와사람’의 계민혜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분양업체의 고지의무 범위를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분양업체들이 단순히 형식적인 고지가 아닌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내용에 대해 충분히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음이 재확인됐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