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만드는 책

출판 교육 20년,‘본 시리즈’로 기록하다

2025-09-11 13:00:00 게재

서울북인스티튜트 창립 20주년 기념 첫 출간 … 현장 경험 담아 예비 출판인·업계와 공유

한국출판인회의가 운영하는 서울북인스티튜트는 지난 20년 동안 출판 교육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 펴낸 ‘본(本) 시리즈’는 교육 현장에서 쌓인 지식과 경험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첫 시도다. 강의실을 넘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책은 예비 출판인과 현직자 모두에게 길잡이가 될 전망이다. 출판 공동체가 힘을 모아 만든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강의는 한번 하고 나면 흘러갑니다. 그런데 출판인은 기록을 남겨야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20주년을 맞아 교육 현장에서 쌓인 지식과 경험을 책으로 남기자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9일 서울 마포구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에서 만난 김인호 서울북인스티튜트(SBI) 원장(바다출판사 대표)의 말이다.

김인호 서울북인스티튜트 원장(왼쪽)과 민혜영 카시오페아 대표가 본 시리즈 5종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 이의종

한국출판인회의가 운영하는 서울북인스티튜트는 창립 20주년을 기념해 이달 초 ‘본(本) 시리즈’를 펴냈다. 예비 출판인과 현직 출판인들의 교육 및 재교육을 맡아온 서울북인스티튜트는 출판인들이 축적한 역량을 후배 및 동료들과 공유하고자 처음으로 책 출간을 시도했다.

본 시리즈는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책 만드는 책, 책에 관한 책’이다. ‘책에 관한 지식과 경험을 출판 공동체와 함께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우선 ‘출판인을 위한 인공지능(AI) 활용법’ ‘마케팅을 품은 기획’ ‘책을 마케팅할 때 알아야 할 10가지’ ‘마케터의 팔리는 글쓰기’ ‘에디터를 위한 보도자료 실전 매뉴얼’ 등 5종을 출간했으며 향후 10여종의 발간 계획이 나온 상태다. 김 원장은 “이 시리즈는 교과서처럼 정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니라 각자가 실무에서 부딪히며 체득한 경험을 담은 기록”이라며 “출판계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길잡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의 기획과 ‘마케팅을 품은 기획’의 집필을 맡은 민혜영 카시오페아 대표는 “선배가 후배에게 회식 3차, 4차 자리에서나 털어놓던 내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의에서 끝날 줄 알았는데 책으로 엮으니 저자로서 선물을 받은 기분”이라며 “후배 1명에게라도 도움이 된다면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북인스티튜트는 지난 20년 동안 출판계 인력 양성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다. 편집·마케팅·디자인 과정을 통해 매 분기 약 60명을 선발하는데, 편집자 과정은 경쟁률이 10대 1에 달한다. 김 원장은 “출판학과가 거의 사라진 지금 출판을 배우고 싶은 이들에게 서울북인스티튜트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라며 “교육기관으로서 책임감을 무겁게 느낀다”고 강조했다.

이어 “출판 현장에서 일을 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현장의 반응은 빠르게 나타났다. 조희정 한국출판인회의 사무국장은 “출판 교육의 중심이라 불리는 서울북인스티튜트가 검증된 지식을 책으로 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반갑다는 반응을 많이 들었다”면서 “출간 직후 온라인 서점 실무서 부문 상위권에 오르며 업계 수요를 입증했고 수도권뿐 아니라 지역 출판사와 예비 출판인들의 주문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는 기관 예산만으로는 불가능했다. 김 원장은 “비영리 교육기관에 예산이 넉넉할 리가 없다”며 “전임 원장과 회장단 등 출판계 선배들이 십시일반 후원금을 내주셔서 가능했고 업계 전체를 위해 반드시 남겨야 할 책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향후 본 시리즈는 저작권, 세무·회계, 번역, 전자출판, 해외 마케팅 등 다양한 세부 분야로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다. 김 원장은 “출판계를 꿈꾸는 신입부터 현직자에게까지 실무에 도움이 되는 책을 지속적으로 내겠다”며 “시대 변화에 맞는 실질적 도구를 제공하는 출판 교육기관으로 남겠다”고 밝혔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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