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협회, 포스코의 HMM 인수 반대
“HMM·전문기업 도태 우려” … 해운법, 대량화주 해운업 진출 제한
한국해운협회가 11일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를 반대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해운협회는 포스코그룹이 해운전문기업인 HMM 인수를 통해 해운업에 진출하는 것은 해운생태계를 파괴하는 처사로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밝혔다.
포스코그룹은 HMM 인수설에 대해 “향후 인수 참여여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향후 성장성이 유망하고 그룹사업과 전략적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수준”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 9월 5일자 내일신문 ‘HMM 지분 매각 둘러싸고 동상이몽’ 참조)
해운협회는 포스코그룹의 HMM 인수를 반대하는 이유로 세계 컨테이너 해운시장 흐름을 꼽았다. 협회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소수의 초대형 선사에 의해 과점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은 주력 해운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컨테이너선 주력 기업인 HMM은 94만TEU 규모의 수송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MSC(스위스), 머스크(덴마크) 등 해외의 초대형 선사의 수송 능력은 620만TEU, 440만TEU에 달한다. 이들 선사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해운협회는 “철강산업을 주력으로 하는 포스코에 HMM이 편입될 경우 자칫 해운 전문기업에 대한 투자보다는 주력 산업의 보조 기업으로 전락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며 “철강산업이 어려워질 경우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의해 정부와 업계가 어렵게 회생시킨 HMM이 희생될 수가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또 포스코의 HMM 인수 배경으로 물류비 절감이 거론되는 것도 반박했다. 컨테이너선 운영은 철강 물류비와는 관계없는 분야로 치열한 국제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컨테이너선 분야의 해운전문 경영이 불가능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해운업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협회는 포스코의 해운업 진출은 모기업의 철광석 등 대량화물 운송을 시작으로 철강제품 수송까지 확대될 수 있고, 이럴 경우 국내 기존 선사들이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등 해운생태계가 파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우리나라 해운산업 근간이 와해됨과 동시에 우리나라 수출입업계 전체에 심각한 피해를 야기시키는 불행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협회는 과거 포스코가 거양해운을 운영하면서 원료·제품을 수송했지만 ‘자가화물 운송업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경쟁력을 잃고 한진해운에 매각된 역사도 거론했다. 해운자회사의 수익성을 보장해 주기 위해 경쟁 운임보다는 협의에 의해 운임을 결정하고, 공기업 자회사의 인건비 비중이 높아 수송단가 상승도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과정에 기존 건화물 운반 선사들이 퇴출됐고, 포스코에도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해운법에서도 대량 화주가 해운업에 진출할 경우 해운전문기업들이 도태될 것을 우려해 법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양창호 해운협회 상근부회장은 “2022년 4월에 우리 협회와 포스코플로우는 국적선 수송 확대 노력,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준수, 합리적인 입찰계약 등을 포함해 사실상 해운업 진출을 하지 않겠다는 상생협력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