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고인 조사거부’ 돌파구 찾는 특검
김장환·한학자 등 출석통보에 잇따라 불응
내란특검, 한동훈 공판 전 증인신문 청구
도주 이기훈 검거 … 삼부토건 수사 탄력
3대 특검 주요 사건 관계자들이 조사를 거부하면서 수사 차질이 우려된다. 특검팀은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극동방송 이사장인 김장환 목사는 이날 오전 예정된 순직해병 특검 조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김 목사는 해병대 채상병 순직사건과 관련해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을 위해 대통령실 등에 로비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앞서 특검팀은 지난 8일 참고인 신분으로 나와 조사받을 것을 통보했으나 김 목사가 이에 응하지 않자 11일 출석해달라고 다시 통보한 바 있다.
김 목사는 이날 특검팀에 출석하는 대신 전날 변호인을 통해 의견서를 전달했다. 의견서에는 “김 목사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그 어떤 구명 로비도 한 사실이 없음을 다시 한번 분명하게 밝힌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 목사측은 특히 김 목사의 통화 내역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 등을 문제삼으며 “사실관계를 신속하게 확인해 필요하고 적절한 조치를 해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조사할 구체적인 사항을 미리 고지해 협의해 달라”고도 했다. 김 목사측은 “정당한 주장과 요구를 외면하고 의도적인 과잉 불법 표적수사가 계속 이루어질 경우 이에 단호하게 맞설 것”이라며 “그런 상황에서는 출석 요구에 응하고 싶어도 응할 수 없다”고 했다.
통화내역 유출에 대한 특검팀의 조치 등이 없으면 앞으로도 조사를 거부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수사 정보의 불법유출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임 전 사단장에 대한 구명 로비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선 김 목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만큼 특검팀은 그가 계속 조사를 거부할 경우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할 방침이다.
‘공판 전 증인신문’은 출석을 거부하는 참고인에 대해 법원이 증인신문을 열어 강제적으로 진술을 확보하는 제도다. 형사소송법 221조의 2에서는 ‘범죄 수사에 없어서는 안 될 사실을 안다고 명백히 인정되는 자가 출석이나 진술을 거부한 경우 검사는 첫 공판기일 전 판사에게 증인신문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수사기관은 출석을 거부하는 참고인을 강제구인할 수 없지만 법원은 증인이 소환에 불응하면 구인영장을 발부해 강제로 구인할 수 있다.
특검팀 관계자는 “계속 출석을 하지 않으면 증인신문도 검토해야 하지 않을까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검팀은 10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 공판 전 증인신문을 법원에 청구했다.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였던 추경호 의원의 계엄 해제 의결 방해 의혹 수사 핵심 참고인이다. 계엄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에 집결할 것을 지시했으나 추 의원은 의원총회 소집 장소를 국회와 당사로 여러 차례 변경해 의원들의 표결참여와 한 전 대표의 업무 수행을 방해했다는 의심을 받는다.
박지영 특검보는 “계엄 당시 현장에서는 한 전 대표 메시지와 추 전 원내대표의 메시지가 계속 달랐다”며 “수사팀 입장에서는 조사가 가장 필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특검팀은 한 전 대표에게 여러 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응하지 않아왔다. 특검팀은 한 전 대표 외에도 반드시 조사가 필요하지만 계속 출석을 거부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증인신문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건희 여사의 각종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통일교 청탁 의혹’ 핵심 참고인인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계속 조사를 거부해 애를 태우고 있다.
한 총재는 지난 8일 특검의 출석 요구에 불응했고, 11일 2차 소환 요구에도 전날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지난 4일 심장 관련 시술을 받은 뒤 산소포화도가 정상 범위를 밑도는 등 건강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2022년 1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에게 1억원의 정치자금을 전달하고, 같은 해 4~9월 건진법사 전성배씨를 통해 김 여사에게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고가의 목걸이 등을 전달하는 데 관여한 의심을 받는다.
의혹 규명을 위해 한 총재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지만 출석을 강제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검팀은 일단 오는 15일 출석할 것을 다시 통보한 상태다.
특검팀 관계자는 체포영장 청구 등을 묻는 질문에 “나중에 검토할 문제”라며 “15일에는 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김건희 특검팀은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사를 받다가 도주한 이기훈 삼부토건 부회장 겸 웰바이오텍 회장을 10일 목포에서 검거했다. 지난 7월 17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도주한 지 55일 만이다.
이 부회장은 삼부토건 이일준 회장, 이응근 전 대표, 조성옥 전 회장 등과 함께 2023년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을 추진할 것처럼 투자자들을 속여 주가를 부양하는 방식으로 수백억원의 부당 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이 부회장이 검거됨에 따라 삼부토건과 웰바이오텍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