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 전체에 400명 산다…소멸위기 엄습

2025-09-11 13:00:35 게재

전국에서 인구 가장 적은 강진 옴천면

식당 하나 없어 인근 면으로 원정 점심

생활기반시설 붕괴로 마을 사라질 판

“전국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것은 우리도 다 안당께요. 당최 누가 들어오는 사람이 있어야제.”

10일 오후 1시 30분 전남 강진군 옴천면은 적막 그 자체였다. 한때 번성 했을 법한 면 소재지 조차도 사람이 없었다. 20분 정도 사람을 찾다가 두 평 남짓한 농협 하나로 마트에서 겨우 김상철(80) 어르신을 만났다. 김 어르신은 “언젠가는 고향이 없어질 것 같다”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전남 강진군 옴천면 옴천우체국 직원들은 오전만에 이곳에서 일하고 오후하는 다른 곳으로 옮겨 근무한다. 강진 방국진 기자

◆점심 이후 문 닫은 우체국 = 강진 옴천면은 광주에서 차로 1시간 10분 거리에 있는 산촌이다. 이곳은 군사시설지역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가장 인구가 적다. 주민등록상 인구는 566명이지만 실제 그 보다 훨씬 적은 400여명이 사는 소멸위기 지역이다. 이 중 70% 이상이 65세 이상이고, 혼자 사는 노인만 200여명에 이를 정도로 적막한 곳이다. 특히 옴천면 80%는 상수도보호구역으로 묶이면서 각종 개발행위가 엄격히 제한됐다. 이로 인해 기존 마을을 제외하고는 집조차 짓기 어려워 인구 유입을 어렵게 만들었다. 어르신 대부분은 마을회관 등에서 점심을 해결하지만 10명 이하 마을은 이런 혜택조차 없어 혼자서 해결하기 일쑤다.

우체국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3명. 오전만 이곳에서 일하고 오후에는 인근 대구면으로 옮긴다. 치안을 담당하는 파출소는 이미 5~6년 전에 폐쇄됐다. 의료 시설은 각각 한 명이 근무하는 보건진료소와 보건지소가 전부다. 도시에서 흔한 의원조차 없어 인근 병영으로 원전 진료를 다닐 정도로 취약하다. 그나마 사람이 있는 곳이 면사무소와 옴천초등학교다.

면사무소 전체 직원은 면장을 비롯해 모두 13명이고, 초등학교는 교사 등 21명이 일한다.

학생이 18명이지만 이 중 8명이 외지에서 유학 왔다. 그나마 올해는 신입생이 없어 1학년 과정조차 없어져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곳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걱정거리는 점심이다. 하나 있던 식당마저 없어지면서 병영에 있는 식당으로 원정 점심을 다니거나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게 일상이다.

이처럼 생활기반시설이 급격히 붕괴되면서 막연했던 소멸 위기가 현실로 다가온 지 오래다.

맹주재 옴천면장은 “생활기반시설을 인근 면에 의존한 지 오래됐다”면서 “그나마 주민 화합이 잘돼서 공동체를 유지하고 있다”고 어려운 상황을 얘기했다.

◆면 지키는 최후 보루 ‘학교’ = 이처럼 소멸 위기가 엄습하자 초등학교를 지키려는 운동이 활발해졌다. 학교와 주민들이 고안한 게 농산어촌유학이다. 주민들은 지난 2016년 마을기금을 모아 132㎡(40평) 남짓한 1층 건물을 사서 기증했다. 이 건물은 현재 기숙사인 산촌유학센터로 활용되고 있다. 97년 된 학교를 지키려는 노력에 졸업생도 참여했다. 33회 졸업생은 올해 신학기를 맞아 학생 모두에게 운동화를 선물했다.

옴천초등학교는 해마다 전국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유학생 모집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5000여개 학교에 공문을 보내면 대략 2000여 가정이 접수한다. 이런 노력 덕분에 지난 2016년 20명이 이곳으로 유학했다. 학교는 유학생이 줄어드는 추세를 고려해 전남 도시지역 과밀학교 문제를 완화하고 작은 학교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도시지역 학생까지 유학할 수 있도록 건의하고 있다.

박동진 옴천초교 교무부장은 “전남지역 출산율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다”면서 “향후 5년만 버티면 학교도 살아나고 지역소멸도 막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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