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에너지체제 개혁 ‘같이 해야 가치 있다’

2025-09-12 13:00:02 게재

“이해는 하지만 쉽지 않다.” 10월 첫발을 내딛는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대해 에너지경제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했다. 에너지전환의 시급성을 강조해온 그들조차 에너지체제 개혁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하지만 어떤 형태로든 변화는 필요한 상황이다.

선진국 반열에 들어선 우리나라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하다. 인간 경제활동이 에너지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만큼 에너지체제의 변화 없이는 새로운 미래를 구현하기 어렵다. 에너지체제 개혁에 대한 열망이 오래전부터 있어왔던 이유다. 하지만 우리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만큼 실패에 대한 두려움으로 섣불리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지 못해온 것도 사실이다.

이재명정부는 호기롭게도 이 어려운 길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각종 반대와 ‘진보정권의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난이 이어졌지만(지금도 계속되지만),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중립과 혁신을 실현해 다시 성장하는 경제로 나아가겠다는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에너지고속도로’라는 혁신적인 브랜드를 내세웠고,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를 통해 수요 억제 효과를 기대한다.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는 발전소가 있는 지역에는 저렴한 전기요금 혜택을, 전력 소비가 집중된 지역에는 더 높은 비용 부담을 지우는 구조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인간은 자신에게 익숙한 가치를 버리고 새로운 길을 가는 걸 두려워한다. 그 길이 그동안 쌓아온 전문 지식과 이론에 반하는 사항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 하나만으로도 소란스러운데, 전체 에너지 조직의 틀이 흔들렸으니 그 진통은 꽤 오래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경제학자인 조영탁 전 한국전력거래소 이사장은 “우리나라 에너지체제의 개선 없이 진영편향적 정치구호만으로는 탄소중립 구현이 어렵다”고 강조한 바 있다. △신뢰성 있는 유연한 정부 계획 △공정하고 강건한 전력시장 △전문적이고 중립적인 규제기관에 기반한 ‘누보 레짐(프랑스 혁명 당시 앙시앙 레짐(옛체제)에서 누보 레짐(새 체제)으로 전환)’만이 한국경제의 탄소중립을 앞당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한 출발점은 ‘협치’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성과를 보여주는 일이다. ‘시간이 걸리는 일’ ‘지금은 힘들어도 미래를 위한 일’ 등의 이유로만 설득할 수는 없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탄탄한 준비와 그에 따른 실력이 필수다. 기존의 것들을 포기해도 더 큰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실체’를 보여줘야만 함께 공통된 목표를 향해 달려나갈 수 있다.

이제는 실전이다. 당위성만을 내세워서는 함께 갈 수 없다. 힘들어도 모든 일은 ‘같이 해야 가치 있다’.

김아영 정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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