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건설투자 부진 구조적 장기화 가능성 우려
최근 1년 줄곧 역성장…GDP 비중도 90년대 절반에 그쳐
“수도권 집중·토목건설 축소·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원인”
건설투자 부진이 구조적인 문제 탓에 장기화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일시적 경기적 요인도 있지만 구조적 문제는 극복이 쉽지 않은 과제여서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데서 우려가 커진다. 자칫 단기적 부양책은 금융안정성을 해치고, 지속 성장에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첨부된 ‘건설투자 부진의 경기적·구조적 요인 평가’에 따르면, 최근 건설투자 부진은 토목건설 부진과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원인 때문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기초적인 인프라 수요의 충족으로 인한 토목건설 감소세 지속과 상업용 부동산 공급과잉 등 비주택 건설투자가 제약받고 있다”며 “인구 고령화 심화로 핵심 주택매입 연령층인 30~50대 인구 비중이 2010년대 후반부터 감소해 주택수요 총량이 기조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전국적으로 철도와 도로 등 국가 기간시설이 충분하게 공급되는 등 대규모 토목건설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토목건설이 건설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9년 50.4%로 정점을 보인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는 28.6% 수준에 그쳤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크게 감소해 2020년 토목건설 투자 총량을 100으로 할 경우 지난해 87.6에 그쳤다. 그만큼 대규모 토목건설이 줄면서 건설투자 전반을 침체시키고 있다는 평가다.
전체 인구에서 주택수요가 가장 큰 30~59세 인구의 비중이 감소하는 것도 구조적인 요인으로 지목된다. 우리나라 인구동태 추이를 보면 이들 연령대의 비중은 2014년 48.7%를 정점으로 계속 하락해 지난해는 45.4%까지 떨어졌다. 통계청 등의 추계에 따르면 이들 연령대의 비중은 2040년 39.1%까지 급락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주택수요층의 인구가 절대적, 상대적으로 감소하면 주택건설에 들어가는 투자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예컨대 일본의 경우 30~59세 인구 비중이 1985년(43.1%) 정점을 보인 이후 계속 감소해 2022년 38.9%까지 떨어졌다. 일본은 다만 주거용 건설 비용의 추이에서 1996년(33.9조엔)까지 늘어나다 이후 빠르게 감소해 2022년(22.5조엔)에는 2/3 수준으로 줄었다.
한국과 일본이 주택수요에 대한 요구나 소비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그대로 따라가지는 않겠지만, 일본이 이들 연령대가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점을 보인 이후 10년 가량 지난 뒤부터 주거용 건설투자가 급감했다는 점에서 주목해 볼 대목으로 풀이된다. 한은은 또 구조적인 요인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 문제도 꼽았다.
경기적 요인에 따른 투자 부진도 있다. 2013~2017년 사이 부동산 대출규제 완화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 등으로 주택을 중심으로 건설투자가 빠르게 증가했지만 2017년 이후 대출규제 강화 등으로 장기간 하강국면에 진입했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한은은 향후 전망과 관련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일부 대형 토목공사가 진척되면 극심한 부진은 점차 완화할 것으로 보면서도 구조적인 요인으로 회복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그러면서 “단기 부양책은 부동산 부문으로 신용이 집중돼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키고 우리 경제의 지속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건설투자는 최근 1년간 줄곧 역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실질GDP 지출부문 통계에서 건설투자는 지난해 2분기(-1.2%)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한 이후 3분기(-6.2%)와 4분기(-6.4%), 올해 1분기(-13.4%)까지 큰폭으로 성장률이 후퇴했다. 같은 기간 주거용과 비주거용 건물에 대한 투자는 물론 토목건설투자도 대부분 역성장을 거듭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