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내란특별재판부' 입장 주목

2025-09-12 13:00:01 게재

이재명 대통령,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힘실어

조희대 대법원장 “‘내란재판부 위헌’ 종합 검토”

오늘 전국법원장회의 … ‘사법개혁’ 대응 논의

이재명 대통령이 위헌 논란이 일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에 대해 “그게 무슨 위헌인가”라는 입장을 내놓은 가운데 사법부의 대응이 주목을 끈다.

대법원은 12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더불어민주당 중심으로 국회가 추진 중인 사법개혁 방안에 관한 사법부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는다.

특히 이날 회의에서는 정치권에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회의에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이날 오전 9시 4분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는 위헌이 아니라는 이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종합적으로 대법원에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이 대통령 발언을 두고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대법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서 국회와 협의하고 설득하고 의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사법개혁 논의에 대해서는 “사법의 본질적 작용, 현재의 사법 인력 현실, 어떤 것이 국민에게 바람직한지 공론화를 통해서 충분히 논의가 이뤄지면 좋겠다는 것이 대법원의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민주당이 추석 전 사법개혁 입법을 마무리하려는 속도전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회가 그런 절차를 밟고 있고 국정감사를 앞두고 있어 법원장 회의를 통해서 법관들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사법개혁 입법에 우려를 표한 데 대해선 “여러 가지를 고려해서 논의를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선 내란특별재판부가 사법독립을 침해하고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일부 법원은 내란특별재판부에 대한 소속 법관들의 의견도 수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 “위헌이라고 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며 이를 추진하는 여당에 힘을 싣는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으로, 사법부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민의를 업은 국회의 역할을 우선하면서 “입법부와 사법부가 이 문제로 다투면 나도 의견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수 법관들은 특정 사건을 위해 별도 재판부를 설치하는 것이 헌법상 법관 인사와 사건 배당 원칙에 어긋난다며 ‘사법권 독립 침해’를 우려하고 있다.

위헌 가능성도 언급된다. 재판부를 외부에서 구성하는 것이 위헌이란 지적이다.

민주당은 특별재판 후보자추천위원회를 9명 구성하고 이들이 특별재판부 법관을 구성하도록 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다. 후보자추천위원회 9명은 법원과 국회, 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하도록 했다. 영장전담 판사도 같은 방식으로 추천을 통해 임명된다.

이날 법원장회의에서 정치권과 사법부의 극명한 간극을 줄일 대안이 나올지 주목된다.

법원장회의는 최고위 법관들이 모여 사법부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장으로 기능해왔다. 통상 매년 3~4월과 12월 두차례 정례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는 정례회의가 아닌 임시회의다. 법원장회의 임시회의가 열린 것은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한 2022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급박하게 돌아가는 사법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지난 5일 현재 사법부가 처한 상황이 엄중하다고 판단, 12일 전국법원장회의를 임시 소집했다. 이 자리에는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을 비롯해 전국 고등법원장·지방법원장 등 40여명이 참석한다.

이날 회의에서는 사법개혁 5대 의제(△대법관 증원 △대법관 추천 방식 개선 △법관 평가 제도 개선 △하급심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가 논의된다.

이날 법원장들은 해당 의제에 대한 소속 법관들의 의견을 공유하고 사법부 차원의 대응 방안을 숙의할 예정이다. 의제 하나하나가 민감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만큼 회의가 밤늦게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법원은 회의가 끝난 뒤 논의 내용을 요약한 형태의 보도자료를 낼 방침이다. 민주당 사법개혁안에 대한 사법부 차원의 공식 입장이 나올지 주목된다.

이날 회의에서 법원장들이 내란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 우려를 공식화할 경우 향후 위헌성 논란은 더 커질 전망이다.

앞서 천 처장은 지난 1일 법원 내부망에 이들 의제와 관련해 민주당 특위에 행정처가 제시한 의견을 공유하고 사법부가 배제된 사법개혁 입법 추진에 우려를 표했다.

재판 업무를 맡는 대법원은 사법행정과 관련해선 산하 기구로 법원행정처를 두고 있다. 결국 행정처의 입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이끄는 사법부의 의중을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천 처장은 당시 “사법부 공식 참여의 기회 없이 신속한 입법 추진이 진행되고 있다”며 “시정하려는 노력을 해왔음에도 이례적인 절차 진행이 계속되고 있는 비상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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