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의로 물건 던져 안 맞아도 “폭행”
1·2심 무죄 선고 … 대법, 유죄 취지 파기환송
“접촉 없이 유형력 행사만으로도 폭행죄 성립”
노래방에서 상대방을 향해 플라스틱 그릇을 던진 물건이 피해자의 몸에 직접 맞지 않았더라도 폭행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다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달 14일 폭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유죄 취지로 대전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3년 7월 8일 새벽 대전 대덕구의 한 노래방에서 피해자 B씨가 자신의 테이블에 앉자 자리로 돌아가라고 했다. 하지만 B씨가 자리를 뜨지 않자 A씨는 테이블 위에 있던 멜라민 소재 플라스틱 그릇을 B씨에게 던졌다. B씨는 이 그릇에 왼쪽 어깨를 맞아 상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A씨는 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CCTV 영상을 보면 피고인이 던진 그릇이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 탁자를 맞고 피해자 오른쪽 방향으로 튀어 올라 날아갔을 뿐 피해자에게 맞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은 수사 단계부터 피해자를 향해 그릇을 던진 것이 아니라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피고인의 행동은 1회에 그쳤고 피해자에 대한 순간적 불만을 표시하는 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검사가 불복해 항소한 가운데 검사는 죄명을 ‘상해’에서 ‘폭행’으로 변경하는 내용의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했고, 2심 재판부가 이를 허가했다.
A씨의 폭행 혐의를 심리한 2심 재판부는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CCTV 영상에 의하면 피고인이 던진 그릇이 고소인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음이 명확하다”며 “피고인은 고소인을 향해 그릇을 던진 것이 아니라는 취지로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피고인의 행동이 유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보다는 순간적인 불만을 표시하는 행동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봤다.
그러나 대법원은 물건을 던져서 맞지 않아도 폭행에 해당하고 당시 A씨에게 폭행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폭행죄에서 말하는 폭행이란 사람의 신체에 대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주는 유형력을 행사함을 뜻하는 것으로서 반드시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함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근접해 욕설을 하면서 때릴 듯이 손발이나 물건을 휘두르거나 던지는 행위를 한 경우에 직접 피해자의 신체에 접촉하지 않았다고 해도 피해자에 대한 불법한 유형력의 행사로서 폭행에 해당한다”고 했다.
두 사람이 매우 근접한 거리에 있었고, A씨가 B씨에게 10여회에 걸쳐 테이블을 떠날 것을 요구하며 그릇을 던지겠다고 말한 뒤 실제로 던졌다는 점을 살펴볼 때 폭행의 고의가 있다고 봤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행위는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킬 의도로 피해자와 근접한 공간에서 피해자 방향으로 물건을 강하게 던진 것으로 폭행에 해당한다”며 “원심의 판단에는 폭행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