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유승민 사태’ 소환한 특검법 논란
2015년 유승민, 국회법 합의했다가 박근혜 반대로 무산
특검법 논란, 강경파 득세·여권 내부 반목 노출 ‘닮은꼴’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의 합의안을 뒤집고 특검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파장이 일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10년 전 당시 여권을 흔들었던 ‘유승민 사태’와 닮은꼴”이라는 관전평이 나온다. ‘유승민 사태’는 당시 여권 강경파의 목소리만 부각되고, 내부 반목을 노출시키면서 박근혜정부의 암울한 미래를 예고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0년 전인 2015년 정국을 뒤흔들었던 ‘유승민 사태’는 한 해 전인 2014년 2월 시작됐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공무원연금 개혁을 공언했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즉시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에 착수했지만, 야당인 새천년민주연합과 공무원 노조의 반발에 부딪혔다. 협상은 1년 넘게 공전됐다.
2015년 5월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마침내 공무원연금법 개정안과 야당이 요구한 국회법 개정안(국회가 정부 시행령에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맞바꾸는 합의안을 도출했다. 유 원내대표가 공무원연금 개혁을 위해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뒤늦게 여야 합의를 흔들었다. 박 대통령은 한 달 뒤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박 대통령은 “당선된 이후 신뢰를 어기는 배신의 정치는 결국 패권주의와 줄세우기 정치를 양산하는 것으로, 반드시 선거에서 국민들이 심판해 줘야 한다” “여당의 원내 사령탑도 경제 살리기에 어떤 국회의 협조를 구했는지 의문이 간다”며 유 원내대표를 직격했다.
유 원내대표는 “국회의 사정상 야당이 반대하면 꼼짝을 할 수 없는 그런 현실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지만 저의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며 “박 대통령께 거듭 죄송하단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친박계(박근혜)의 사퇴 요구를 견디지 못하고 결국 물러났다.
유 원내대표는 “내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라고 천명한 우리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사퇴의 변을 밝혔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로 ‘유승민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협상파보다 강경파 목소리만 커진 박근혜정권은 이후 내부 자정 기능을 상실한 채 속으로 곪아갔다는 분석이다.
11일 벌어진 민주당의 ‘여야 합의 파기 사태’는 여권 내부의 반목이 표출됐다는 점에서 ‘유승민 사태’와 닮은꼴이란 해석이다.
대야 협상을 주도한 김 원내대표는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해”라고 외치며 정 대표를 향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정 대표는 “당 대표인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했지만 김 원내대표에게 직접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협상을) 몰랐다”고 밝혔다. 여권 내부의 반목과 함께 협상파보다 강경파 목소리만 부각된 이번 ‘여야 합의 파기 사태’가 ‘유승민 사태’와 마찬가지로 여권 내부의 자정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