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 여권 ‘교통정리’…내란과 제도개혁 구분

2025-09-12 13:00:01 게재

내란재판부·특검은 강경-언론·검찰개혁엔 유연

당정 온도차 있던 이슈에 직설적으로 의견 밝혀

“모든 이슈가 대통령실로 쏠리는 부작용” 우려도

당정 간 또는 당내에서조차 이견이 있던 핵심 개혁 과제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이 직설화법으로 의중을 드러내며 교통정리에 나섰다. 11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153분간의 질의응답을 통해서다.

이 대통령은 이날 내란특별재판부 도입, 검찰개혁, 언론개혁 등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구체적으로 내비쳤다. 국정 주체인 정부·여당·대통령실의 갈등으로 비춰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는 평가와 함께 이런 식으로 대통령까지 건건이 참전하게 되면 ‘만기친람’의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취임 100일 기자회견,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회복을 위한 100일, 미래를 위한 성장’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 대통령은 내란특별재판부 도입 및 특검 연장 방안 등에 강경한 입장을 냈다.

먼저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에 대해선 “위헌이라고 하던데 그게 무슨 위헌이냐. 그렇게 논쟁하면 안 된다”고 강성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이 대통령은 “사법부는 입법부가 설정한 구조 속에서 헌법과 양심에 따라서 판단하는 것으로, 사법부 구조는 사법부 마음대로 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가장 최종적으로 강력히 존중돼야 할 것이 국민 주권 의지”라고 밝혔다.

내란특별재판부 도입은 야당과 법조계는 물론 여당 내에서도 비판적인 의견이 나온 사안이다. 앞서 판사 출신인 민주당 박희승 의원은 “윤석열이 삼권 분립 정신을 무시하고 계엄을 발동해 총칼을 들고 들어온 것과 똑같다”며 “법안이 통과돼도 대통령이 받을지도 의심스럽지만, 위헌 제청신청이 들어갈 것”이라고 주장했다가 뒤늦게 ‘일부 발언이 부적절했다’며 사과한 바 있다.

3대 특검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강성 지도부 쪽의 손을 들어줬다. 앞서 이 개정안을 놓고 여당 원내지도부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지 않는 대신 정부조직법을 통과시키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가 강성 지지층의 비난으로 합의를 되돌린 바 있다.

이 대통령은 “내란 특검의 연장을 안 하는 조건으로 정부조직법을 통과시켜주기로 했다고 좀 시끄럽더라”면서 여야 간 합의에 대해 “몰랐다. 저는 그런 걸 원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정부조직법 개편과 내란의 진실을 규명해 엄정하게 책임을 묻는 것을 어떻게 맞바꾸느냐”며 야당과 합의한 원내 지도부를 질타하는 듯한 발언까지 했다. 원내지도부의 협상 결과가 나온 후 반대 입장을 낸 정청래 민주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며 여당 내 투톱의 갈등 양상을 정리한 셈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검찰개혁의 각론이라고 볼 수 있는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나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이 담길 수 있는 언론중재법 논란 관련해선 신중한 접근을 시종일관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보완수사권 등에 대해선 “구더기 싫다고 장독을 없애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정부주도로 세심한 검찰개혁 관련 후속입법을 만들겠다는 의지도 다시금 내비쳤다.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을 골자로 하는 언론중재법에 대해서도 “언론만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각종 이슈에 대해 의중을 직접적으로 드러낸 데 대해 정치권에선 이 대통령의 그립감이 더욱 강해지리라는 전망과 함께 ‘만기친람’의 부작용을 걱정하는 시각도 나온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원칙적으로는 당내에서 조정돼야 할 사안들이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갈등이 표면화되자 대통령까지 나설 수밖에 없게 된 걸로 보인다”면서도 “이렇게 되면 모든 사안에 대통령이 참전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내란특별재판부 도입과 특검 개정안에 대한 강경 입장에 대해선 야당과 협치보다는 강성 지지층에게 휘말린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대통령실에선 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이 정책에 대한 찬반이나 정책 성립의 가부를 밝힌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11일 KBS ‘사사건건’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주된 취지는 내란특별재판부를 하라, 하지 말라는 입장 표시가 아니라 위헌이라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며 “국민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 판단”이라고 말했다.

김병욱 정무비서관도 12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위헌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지 찬성이다 반대다 말씀하신 게 아니다”라면서 “특별재판부를 해야 된다, 안 해야 된다 이 의사결정이 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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