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시민력이 만든 변화, 광명이 보여준 자치모델
경기 광명시는 민선 7·8기를 거치며 ‘주민자치’라는 이름으로 시정을 시민 삶 속에 녹여왔다. 이는 행정 혁신을 넘어 풀뿌리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게 했다.
지난 7월 소하동 아파트 화재로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46세대, 134명의 주민을 지탱한 것은 다름 아닌 시민의 힘이었다. 사고 일주일 만에 시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고 지역 단체와 주민들은 운영지원·성금·자원봉사팀을 꾸려 복구를 주도했다. 25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현장에 투입됐다. 성금 모금도 빠르게 확산했다. 총 489건의 후원으로 1억4000만원이 모였고 소상공인 모금 1800만원을 더해 모두 1억6000만원이 마련됐다.
광명시(행정)는 화재피해전담팀(TF)을 꾸려 생활안전보험과 지원금, 의식주와 심리회복을 지원했고 ‘안전주택’도 마련해 이재민 7세대 27명을 긴급 수용했다. 시민 참여와 행정 지원이 맞물려 피해 주민들의 회복을 이끈 것이다. 이 모든 과정의 주도권은 시민에게 있었다. “시민이 시민을 돕는다”는 말은 현실이 됐다. 주민자치가 사회적 기본권을 지켜내는 동력임을 증명한 순간이었다.
화재피해 주민 지탱해준 것은 ‘시민의 힘’
소하동 화재에서 드러난 주민자치력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광명시는 2018년 자치분권과를 신설하고 협치 조례와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해 제도적 토대를 닦았다. 전국 최초로 모든 동에서 주민자치회를 시행하고 주민총회를 통해 마을문제를 직접 결정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주민참여예산은 2018년 4억7000만원에서 지난해 72억원으로 15배나 증가했고 주민세 마을사업도 2020년 24개에서 올해 59개로 늘어났다.
시민참여 방식은 다양하게 확장했다. 500인 원탁토론회에서 나온 제안은 영유아체험센터, 청년문화공간, 공유냉장고 등 생활밀착형 정책으로 이어졌다. 2023년에는 전국 최초로 시민 100명 연서만으로 공론장을 여는 ‘시민공론장 개최 청구권’이 도입됐다. 이 과정은 시민을 변화시켰다. 과거 문제 제기에 머물렀던 시민들은 지역사회 문제를 책임 있게 해결하는 민주시민으로 성장했다. 끊임없는 훈련과 실험이 만든 변화, 이것이야말로 풀뿌리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장면이다.
주민자치의 힘은 도시의 운명까지 바꿨다. 대규모 국책사업이던 구로차량기지 이전이 무산된 것은 사회적 기본권을 지켜낸 시민의 승리였다. 학계는 광명시 자치 수준을 아른슈타인 ‘시민참여사다리’ 일곱번째 단계인 ‘권한 위임’ 수준으로 평가했다.
광명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정책 입안부터 평가까지 시민이 더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행정은 지원 역할에 집중하는 8단계 ‘시민통제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 주민총회의 상설화, 청소년 민주시민교육 확대, 세대·계층 통합형 공동체 프로그램 운영은 그 준비 과정이다. 이는 광명이 풀뿌리 민주주의의 본령을 향해 또 한 걸음을 내딛고 있는 현장이다. 주민자치의 뿌리 위에서 사회적 기본권이 살아 숨 쉬는 도시, 그것이 오늘의 광명이며 대한민국 지방자치가 가야 할 미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시민이 있다.
‘권한위임’에서 ‘시민통제’ 단계로 진화중
더불어민주당 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으로서 역점을 두는 것도 ‘시민을 위한, 시민에 의한, 시민의 정책’을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지방 정책은 시민 삶에 효능감을 주며 대한민국의 미래를 밝혀줄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박승원
더불어민주당참좋은지방정부위원장·광명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