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조기 시행되나

2025-09-15 10:00:17 게재

강서구 “주민 삶·도시 잠재력 회복 기회”

서울 강서구와 양천구는 물론 경기도 일원까지 영향을 미치는 김포공항 고도제한이 완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강서구는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기준 개정을 주민 삶과 도시 잠재력을 회복할 기회로 삼겠다고 14일 밝혔다.

국제민간항공기구는 지난 8월 항공고도 관리 기준을 70년만에 전면 개정했다. 기존 단일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OLS)’을 ‘장애물 금지표면(OFS)’과 ‘장애물 평가표면(OES)’으로 세분화한 게 핵심이다. 필수 구역은 철저히 보호하되 불필요한 제한은 완화할 수 있도록 했다.

개정 기준이 김포공항에 도입되면 고도제한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 현재는 활주로 반경 4㎞ 이내에서 건물 높이가 45m로 제한되고, 4~5.1㎞ 구간에서는 100m마다 5m씩 높아져 최대 100m로 제한된다. 하지만 개정 기준에 따르면 3.35~4.3㎞ 구간이 60m로 상향돼 약 1㎞ 구간에서 최대 15m 완화 효과가 발생한다.

진교훈 구청장
진교훈 강서구청장이 지난 11일 마곡안전체험관에서 국제민간항공기구 국제기준 개정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강서구 제공

일각에서는 개정안이 오히려 규제를 강화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금까지 별다른 제한이 없던 반경 5.35~10.75㎞ 구간이 새롭게 90m 제한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영등포구 여의도나 양천구 목동처럼 고층 건물이 많은 지역이 새롭게 규제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강서구 입장은 다르다. 진교훈 구청장은 “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은 의무 규제가 아니라 검토 기준”이라며 “각국에서 항공기 운항과 도시 실정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현행 기준에 포함된 외부수평표면과 이륙상승표면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진 구청장은 “기준을 기계적으로 적용하면 현재 반경 15㎞ 지역에 있는 63빌딩이나 목동 하이페리온 같은 건물을 건축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도 개정 기준과 관련해 “도시 항공안전 주민권익이 균형을 이루는 기준을 마련해 현행보다 불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서구는 앞서 지난 2023년 개정안 초안이 발표된 직후부터 선제 대응에 나섰다. 지난해 민관합동으로 ‘공항 고도제한 완화 추진위원회’를 재구성했고 연구용역을 통해 김포공항 고도제한 완화 기준안을 마련했다. 이후 국회 세미나에서 구가 마련한 방안과 고도제한 완화 조속 실행을 위한 대정부 건의사항을 국토교통부에 전달했다. 지난 6월에는 진교훈 구청장과 지역 국회의원들이 국제민간항공기구 본부를 직접 방문해 조기 시행 가능성을 확인했다.

구가 제시한 방안은 ‘비행 운항절차 중심’이다. 김포공항 동북쪽인 강서구 방향은 선회접근절차가 수립돼 있지 않은 만큼 선회접근 보호를 전제로 한 수평표면은 배제하고 직진입하는 비행절차를 보호하는 직진입계기표면은 적용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구는 “현재 진행 중인 재개발·재건축 구역이 48곳에 달한다”며 “고도제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이 높아지면 지역 개발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서구는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국제기준 개정 취지를 충분히 반영한 합리적 국내기준 마련을 지속 건의할 예정이다. 동시에 조기 시행을 위해 관련 법령 개정과 항공학적 검토를 반영한 세부 지침 마련을 촉구할 계획이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고도제한 완화는 단순히 건물 높이 문제가 아니라 도시 발전과 주민 존엄성을 회복하는 과제”라며 “주민들 오랜 숙원이 더 이상 구호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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