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문수 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장

2025-09-15 13:00:18 게재

“북극항로 준비에 인문학 역할 필요”

교육부·한국연구재단도 지원 … 연구소 북극해연구센터 신설

국립한국해양대 국제해양문제연구소의 ‘북극해 항로 3.0 구축을 위한 토대연구’가 지난달 교육부·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연구소지원사업에 선정됐다. 교육부와 재단은 매년 3억3000만원(간접비포함)을 6년간 지원한다.

국제해양문제연구소는 인문한국지원사업(2008~2018년), 인문한국플러스지원사업(2018~2025년)을 통해 ‘해항도시문화교섭연구’, ‘바다인문학 - 문제해결형 인문학’을 수행하는 등 그동안 150억원의 연구비를 확보해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바다 인문학’의 발신지로 자리매김했다. 북극해 항로 토대연구를 주도하는 정문수 소장을 12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인문·사회과학에서 북극해 항로 연구의 초점은 무엇인가.

북극연구는 복합적이다. 다양한 기후변화 원인 중에는 인간활동에 의한 현상도 있다. 북극의 생태, 원주민 이야기, 환경문제 등도 중요하지만 경제적으로 관심이 적고, 그래서 소외됐다고 할 수 있다.

북극해 항로 1.0은 북극해 항로에 대한 과학적 발견의 시기, 2.0은 부분적인 상업적 활용의 시기라면 3.0은 전면적인 상업적 활용시기를 말한다. 해운 항만 등 물류나 조선, 그와 연관된 산업에 주목하고 있지만 길게 보면 결국 사람사는 인문학 이야기가 들어가야 한다.

균형잡힌 시각이 필요하다. 바다 지배력을 두고 긴장·갈등·협력이 일어나는데, 인도태평양에서 북극해 항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치·외교 거버넌스도 중요하다. 궁극의 목표는 사람의 삶을 풍성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들 삶을 개선해야 한다. 북극항로 연구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인문·사회과학 연구에도 힘을 싣고 균형을 맞춰야 한다.

●이번 연구는 4개팀으로 진행하는데

4개 팀은 △북극해 해문(海文)과 인문(人文)의 관계 연구팀 △북극해를 둘러싼 국제적 긴장과 협력 거버넌스 연구팀 △북극항로와 항해 연구팀 △북극항로 연관산업 연구팀이다. 서로 다른 학문 분야들이 제휴한 학제간 연구를 통해 6년간 논저 형태로 출간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해 △국내·국제 학술대회 △시민강좌 △방송국과 다큐멘터리 제작 등을 할 계획이다. 해문은 바다의 자연·물리적 법칙이나 현상과 인간활동 관계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문제해결형 인문학’은 무엇인가.

인문학이 좀 느리고, 사회현실문제에서 괴리됐다는 평도 있다. 사회문제에 관여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측면에서 문제해결형 인문학을 주장했다. 문제가 발생한 후 대응도 중요하지만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차원에서 현실 세계를 연구하는 인문학이 필요하다.

지진 해일 화산 등은 바다 밑 판구조에 의해, 엘리뇨 라니냐 등은 태평양 진동으로, 기후변화는 대서양 한류나 북극증폭 등의 영향을 받는다. 육지에 사는 우리들 삶이 바다 움직임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이다. 해상교통로를 넘어 해저자원까지 겹쳐 국제관계에서 해양지배력을 둘러싼 관심도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7년간 연구결과 인류세에서 바다와 인간 관계에서 나타나는 현안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해결해야 할 매우 중요한 주제다. 우리나라는 북극항로가 열리면 기회가 생기겠지만 그 기회를 선점하기 위해 지자체들끼리 갈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 각 지자체들이 조화롭게 상생할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연구소 산하에 북극해연구센터가 설립됐는데

10여년 전 북극해 연구 붐이 한 차례 일어났는데, 이후 잠잠하다가 최근 국내외에서 다시 관심이 커졌다. 북극을 둘러싼 패권국들의 이해다툼도 치열하다. 한국해양대가 부산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연구를 수행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설립했다. 10월 개소식을 예정하고 있다. 해양대 교수뿐 아니라 다학제 연구자들을 아우르고, 북극담론을 개척하는데 리더십을 발휘했던 분들도 함께 참여해 국정 아젠다에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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