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나트륨배터리, EV 입지 커질 것
CATL, 12월 양산 … 자동차연구원 “국내업계, 선제 대응책 짜야”
세계 1위 배터리 업체인 중국 CATL이 최근 공개한 차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가 저렴한 가격 등을 앞세워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처럼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5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나트륨, 전기차(EV) 확산의 새 동력이 될 것인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CATL은 월 상하이에서 개최한 자체 테크데이 행사에서 나트륨이온 배터리 ‘낙스트라’를 공개하고 12월 양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 CATL이 처음 발표한 1세대 나트륨이온 배터리에 이은 2세대 제품이다.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생산 단가가 낮고 열·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화재 위험이 낮으며 영하 40도에서도 충전량 90% 이상을 유지하는 등 저온에서 성능이 크게 저하되지 않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주원료인 나트륨의 지각내 매장량은 리튬의 약 1200배에 달한다. 공급망 편중 이슈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이 장점이다. 경제성이 확보되면 해수에서 수급도 가능해 수요가 증가해도 가격이 급등할 우려가 낮고, 원소재에 대한 특정 국가 의존성을 낮출 수 있다.
에너지 밀도가 다소 낮고 아직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되지만, 나트륨이온 배터리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적 이점으로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키울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향후 완성차 기업이 광물 가격 변동성에 대응하기 위해 리튬계 배터리 의존을 줄이고 배터리 포트폴리오에 나트륨이온 제품을 포함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나트륨 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대비 전 과정 탄소배출량 등 환경영향을 개선할 수 있다. 아울러 철(Fe) 기반 대체 소재를 활용해 코발트(Co), 니켈(Ni) 등 독성이 높은 귀금속 사용을 줄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과거 니켈·코발트·망간(NCM) 등 삼원계 배터리보다 가격이 저렴한 중국산 LFP 배터리가 시장 점유율을 급격히 높인 사례가 재현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을 내놨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신차 시장의 LFP 배터리 점유율은 2019년 10.4%에서 2021년 34.4%, 지난해 52% 등으로 급성장했다. LFP 배터리는 중국 내수시장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확산의 핵심 동력으로 떠오르며 관련 기술을 선도해 온 CATL과 비야디(BYD)의 시장 점유율 확대로 이어졌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보고서는 향후 나트륨이온 배터리를 중심으로 재현될 것으로 전망되는 중국계 배터리의 공세에 대응해 국내 배터리 업계의 미래 전략 개선 필요성이 대두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낮은 에너지 밀도에 따른 주행가능거리 한계 △규모의 경제 미확보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가격 경쟁력 악화는 도전과제다.
차도원 자동차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국내 배터리 산업이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러면 장기적 시장 변화에 선제 대응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며 “배터리 중장기 기술개발 전략 수립에서 기술의 성능지표 우위뿐 아니라 경제성, 공급망 대응력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균형있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