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증가세”
남부지법·연세대 법학연구원 심포지엄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적극 규제 필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가 증가하는 것은 내부자와 정보수령자 등 특별한 인적관계를 기반으로 집단 내부에서 이루어지고, 단기간 1회로 범행이 종료되어 적발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상연 서울남부지방법원 부장판사의 말이다.
남부지법과 연세대 법학연구원은 지난 12일 지법 대강당에서 ‘증권·금융재판의 중요 쟁점’을 주제로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는 ‘미공개중요정보의 이용행위 관련 형사법적 주요 쟁점’ 등이 집중 토론됐다.
김 부장판사는 발제를 통해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일반 투자자들이 자본시장에 대거 유입되고 있다”며 “올해 불공정거래 사건 (재판) 대부분이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사건이었다. 공식 통계보다 훨씬 많은 범행이 이뤄지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반면 시세조종이나 부정거래는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고 대규모 종목을 상대로 하기도 어려워 최근 줄어드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라덕연 사건을 예로 들며 “효율적인 시장에서는 시세조종으로 주가를 띄워도 대주주가 차익을 챙기면 시세조종 세력이 오히려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의 대표적 유형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불공정거래 혐의 통보 98건 가운데 미공개정보 이용이 59건(60.2%)으로 가장 많다. 이어 부정거래 18건(18.4%), 시세조종 16건(16.3%) 순이었다. 미공개정보 이용은 2023년(43건) 대비 37.3% 늘어났다. 이 가운데 공개매수 관련 사건은 2023년 19건에서 지난해 26건으로 증가했다.
형사책임 측면에서 최근 10년간 관련 벌금 법정형도 꾸준히 상향됐다. 김 부장판사는 “증권시장의 중요성과 투자자 보호 필요성이 커진 만큼 규제 강도를 높이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2024년 1월부터는 불공정거래 부당이득의 최대 2배까지 부과할 수 있는 과징금 제도가 도입됐다.
이학철 연세대 교수는 심포지엄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이익을 취득한 경우와 손실을 회피한 경우를 동등하게 평가하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회사를 타이타닉호에 비유하며 “빙산 충돌로 침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부자와 특등실 승객들이 먼저 구명정을 타고 탈출한다면 그 책임이 가볍다고 볼 수 있겠느냐”며 “행위의 불법성과 기대가능성은 기본적으로 동일하다. 다만 양형에서 조정할 문제”라고 답했다.
김 부장판사는 “불공정거래는 일반 투자자의 정당한 이익을 가로채는 부당한 행위이므로 적극적인 규제가 필요하다”며 “행위 주체, 정보 범위, 이용 행위의 구성요건을 해석·적용함에 있어 규제 취지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광철 기자 pkcheol@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