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넷?” 여권 내분 부추기는 국힘

2025-09-15 13:00:34 게재

여권 분열 커지면 국힘 주도권 회복 기대

“반사이익으로 얻은 주도권, 오래 못 가”

당정대(민주당·정부·대통령실)가 14일 만나 손을 맞잡았지만, 국민의힘은 ‘명청’ ‘청병’ ‘4통’ 프레임을 앞세워 연일 여권의 분열을 부추기고 있다. 여권이 분열해야 국민의힘이 정국 주도권을 탈환하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발언하는 장동혁 대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5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부산시당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형주 기자

당정대는 14일 만찬을 통해 그동안 불거진 불협화음을 공개 봉합하는 모습을 취했다. 여권 내부의 불협화음이 더 커지면, 이재명정부 초기에 단행해야 할 개혁 작업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읽혔다.

여권이 갈등 봉합에 나서자, 국민의힘은 반대로 갈등을 부추기는 데 전력투구하는 모습이다. ‘명청(이재명-정청래)’ ‘청병(정청래-김병기)’ ‘4통(용산 대통령 이재명·여의도 대통령 정청래·충정로 대통령 김어준·보이지 않는 대통령 개딸)’ 프레임을 앞세워 여권 내부의 싸움을 붙이려는 것이다. 검찰개혁과 협치 등을 놓고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사이에 미묘한 이견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특검법 개정을 놓고 책임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강성지지층이 사실상 민주당을 주무른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여권 내부의 분열 구도를 부추기는 전략을 통해 여권의 주도권을 흔들겠다는 계산인 것이다.

국민의힘은 정 대표가 지난달 선출된 직후 이 대통령과 정 대표 사이의 갈등을 전제로 한 ‘명청’ 프레임을 들고 나왔다. 강성인 정 대표가 이 대통령 말도 듣지 않고 독자행보할 것이란 추측에 근거한 게 ‘명청’ 프레임이었다. 실제 이 대통령이 협치를 강조했는데, 정 대표가 대야 공세를 계속하자 국민의힘에서는 “명청 갈등이 본격화됐다”며 들뜬 모습을 내비쳤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개정안을 놓고 여권이 혼선을 빚은 것과 관련, “개딸로 상징되는 민주당 강성지지층이 민주당을 장악하면서 비롯된 사태”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야당과 특검법 개정에 합의했는데, 강성지지층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자,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가 뒤늦게 책임 공방을 벌이면서 ‘청병’ ‘4통’ 갈등이 빚어졌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청병’ ‘4통’ 갈등이 극심해지면서 여권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 대한 기대감도 내비쳤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12일 국회에서 이재명정권 규탄대회를 열어 “용산 대통령 이재명, 여의도 대통령 정청래, 충정로 대통령 김어준, 그리고 대한민국의 보이지 않는 대통령은 ‘개딸’”이라고 주장했다. 여권에 4통이 존재한다는 전제를 통해 여권의 사분오열 양상을 부추기는 전략이다.

익명을 요구한 여론조사전문가는 15일 “한국 정치가 어느 때부터인가, 내가 잘하기보다 상대방 실책의 반사이익에만 의존해 주도권을 쥐는 전략에 매달리고 있다”며 “국민의힘도 자기가 잘해서 민심을 회복하는 길 대신 여권 분열에 기대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은) 자력이 아닌 반사이익으로 얻는 주도권은 오래 가기 힘들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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