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코스피5000’의 정치 방정식

2025-09-16 13:00:00 게재

‘주식과 부동산’은 많은 국민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주제다. 지난해 기준 1200만명이 주식투자를 한다. 성인 인구의 25%다. 부동산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이 정치얘기로 핏대를 세우지만 돈 문제가 나오면 정파를 초월한다. 중진 국회의원이 얼마나 급했으면 국회 본회의장에서 휴대폰으로 주식거래를 했을까.

‘머리가 좋고 감이 뛰어난’ 이 대통령이 ‘먹사니즘’을 내세우는 배경이다. 그 중에서 주식이란 민감한 종목에 정치적 승부를 걸었다. ‘코스피 5000’에 베팅했다. 그는 후보시절 4100만원가량을 ETF에 직접 투자한 내역까지 보이며 “이재명정부에서 ‘국장 탈출은 지능 순’?그런 건 없다”고 자신했다. 그는 과거 주식투자를 해 이익을 봤다고 자랑까지 했다.

이 대통령은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경제문제 특히 주식얘기를 길게 했다. 그는 “제가 선거 때 이재명이 당선 또는 민주당이 집권하는 사실 자체만으로 3000포인트 넘을 거다 계속그랬는데 훨씬 더 많이 넘은 거다”고 했다. 취임(6.4) 직후부터 100일(9.11)까지 코스피는 약 20% 상승했다(종가 기준 2770.84 → 3327.98). 이 대통령은 기분좋은 표정이었다.

코스피 5000, 정권 신뢰와 연동

이 대통령은 ‘이재명노믹스’를 제시했다. 그는 주식시장을 ‘정상화’해서 부동산에 몰려있는 자금들을 주식 등 생산적 금융으로 돌리겠다고 했다. 해외 서학개미들의 200조원도 돌아오도록 만들겠다고 한다. PBR(주가순자산비율)이란 전문용어를 쓰면서 구체적인 방법까지 제시했다. 여권인사들은 “현재 PBR이 1.1정도, 1.4정도면 4000, 1.8까지 오르면 5000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부도 늘리고 투자수단도 추가로 만들고 기업들은 자금조달을 좀더 용이하게 하고 벤처스타트업들이 쉽게 자금조달해서 새로운 사업 시작하고 이렇게 좀 새로운 경제생태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다. 꼭 만들거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적 한계,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임기 내 안정적 5000 돌파”는 쉽지 않다는 견해도 많다. 무엇보다 특정 지수 목표치를 공표하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어긋날 수 있고, 달성 실패 시 정책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란 우려가 여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안 그래도 주가는 인위적으로 할 수 없는 요소가 많은데 굳이 수치로 스스로 발목을 잡을 필요가 있냐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로 정권을 내준 노무현 문재인정부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에 줄 돈이 있나’ 시장의 우려다. 미국은 3500억달러(약 488조원) 대미 투자를 현금으로 요구한다. 말이 투자지 사실상 관세인하를 위해 ‘조공’으로 바쳐야 할 처지다. 8월 말 기준 한국 외환보유액(4162억9000만달러)의 84.1%에 이른다.

미국 주고 나면 외환위기다. 한국 정부가 안전장치로 통화스와프를 요구했지만 미국이 들어줄 생각이 없는 듯하다. 관세협상이 안되면 3500억달러를 아예 현대차 등 관세차이로 손해 보는 기업을 지원하는 게 낫다는 말까지 나온다.

‘진짜성장’을 위한 성장펀드 150조원도 엄청난 금액이다. 정부 재정은 적자로 돌아선 지 오래다. 이 대통령 표현대로 ‘종자’를 빌려 풍년이 되면 다행이지만 쪽박 찰 수도 있다. 너도 나도 ‘AI’ 외치다 과거 김대중정부의 벤처거품 사태가 나지 마라는 법은 없다.

‘녹색성장’ ‘창조경제’ ‘소득주도성장’ 등이 있었지만 결과가 좋지 못했다. 물론 투자는 투자자 개인의 책임이다. 정부 말 믿고 그대로 하지는 않는다.

과거 신속하게 정리하고 상생과 벤처정신으로 미래로 나가야

정부든 기업, 개인이든 미래에 대한 투자는 리스크가 같이 존재한다. 이 대통령 스스로 ‘실용주의자’라고 했다. 코스피 5000이 정치적 구호로 그칠게 아니라 경제와 민생이 실제로 나아질 수 있도록 역할을 하길 바란다.

이 대통령은 “지금 인기를 누리는 것보다는 퇴임하는 날 실적과 성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5000이란 숫자에 연연해 무리수를 둘 필요는 없다.

가장 큰 불안요소는 오히려 정치권에 있다. 여야는 여전히 ‘내란 상태’다. 강성 지지층은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다. 과거를 신속하게 정리하고 상생과 벤처정신으로 미래로 나가야 한다.

차염진 정치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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