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급한 러시아, 내빙선박 모자라

2025-09-16 13:00:11 게재

일반 유조선 운항 중 고립

수에즈항로 대체 한계

태평양항로 ‘컨’ 운임 상승

수에즈운하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항로로 북극항로를 적극 홍보하고 있는 러시아가 내빙선박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내빙 기능을 갖추지 않은 (non ice-class) 일반 선박이 북극항로를 운항하다가 유빙에 갇혀 운항을 못 하다가가 뒤늦게 쇄빙선 안내를 받으며 운항하는 경우가 반복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의 해운조선 전문미디어 지캡틴에 따르면 내빙 기능을 갖추지 않은 수에즈맥스급 원유 운반선이 러시아의 북극해 항로(Northern Sea Route)에 갇혔다가 며칠간 대기한 뒤 항해를 재개했다. 수에즈맥스급은 수에즈운하를 통과할 정도 크기의 선박이다.

오만 국적의 274m급 선박 링크스(Lynx)호는 러시아 무르만스크에서 중국으로 약 100만배럴의 원유를 운송 중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도착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 선박은 내빙 가능을 갖추지 않은 유조선이지만 모스크바산 원유를 북극항로를 통해 중국으로 수송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극지규정(폴라코드)에 따르면 북극항로 등을 운항하는 선박은 내빙 기능을 갖추거나, 쇄빙선이 앞서 얼음을 분쇄하고 그 뒤를 따르는 식으로 운항해야 한다.

예외는 있다. 여름철 븍극해 빙하가 크게 녹는 기간인 7~9월에는 비교적 얇은 유빙이 있는 구간이나 빙하가 없는 구간이 생기는데, 이런 항로에서는 내빙 기능이 없거나 쇄빙선 안내 없어도 운항을 허가 받을 수 있다.

러시아는 이런 예외 상황을 확대하는 식으로 내빙선박이 부족한 한계를 돌파해 왔지만 선박이 위험한 상황에 빠지는 경우가 또 발생한 것이다.

링크스호는 6일 북위 72도 해역에서 멈춘 뒤 며칠간 대기하다가 원자력 추진 쇄빙선 보호를 받으며 해안을 따라 느린 속도로 항해를 재개했다.

지캡틴에 따르면 이 선박은 폴라코드에 따른 운항허가를 보유하지 않았고, 러시아 당국도 이 선박을 항로 일일 운항기록에 등재하지 않았다. 러시아 원유를 수출하는 것을 막는 국제사회 제재를 피할 목적으로 사용되는 방식 중 하나로 알려졌다.

내빙기능을 갖추지 않은 선박이 동시베리아해에서 운항이 지연된 것은 9월 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아틱 매카가즈(Arctic Metagaz)호에 이어 두 번째다. 두 선박은 모두 쇄빙선 지원을 운항 전에 요청하지 않았고, 빙하에 갇힌 후 원자력 쇄빙선 도움으로 운항을 재개했다.

내빙기능 없는 또 다른 LNG운반선은 원자력 쇄빙선의 지원을 받아 항해를 재개했다. LNG 운반선 라페루즈(La Perouse)는 서시베리아 해역에서 북극항로를 포기하고 아프리카를 경유하는 장거리 항로를 선택했다.

한편 세계 컨테이너해상운임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시아와 태평양을 잇는 항로는 3주 연속 상승했다. 태평양항로는 다음달 미국 무역대표부(USTR)의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를 앞두고 있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가 15일 발표한 부산발 K-컨테이너해상운임종합지수(KCCI)는 일주일 전에 비해 1.8% 하락한 1915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주 11주 연속 하락한 뒤 12주만에 한 차례 올랐지만 다시 하락한 것이다.

하지만 부산~북미서안, 북미동안을 잇는 두 개 항로는 올랐다. 부산항을 출발하는 13개 주요 글로벌 항로 중 유럽 등 8개 항로는 내렸다. 오세아니아 항로도 북미항로와 함께 올랐고 중국 일본 등 2개 항로는 일주일 전과 같았다.

12일 상하이해운거래소가 발표한 상하이컨테이너해상운임종합지수(SCFI)도 일주일 전에 비해 3.2% 내린 1398.1포인트를 기록했다. 11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오던 SCFI는 지난달 29일 한 차례 반등했지만 이후 2주 연속 내렸다.

상하이항을 출발하는 13개 주요 글로벌 항로 중 유럽 등 10개 항로는 내리고 북미 동남아 등 3개 항로는 올랐다.

다음달 미국의 중국산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를 앞두고 일본 선사 ONE는 1개 서비스를 중단, 10척의 선박을 미주항로에서 빼냈다.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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