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 추가명령, 기간 정해야 적법”

2025-09-16 13:00:23 게재

대법 “기간 정하지 않은 명령은 위법” … 파기환송

법원이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과 함께 부과한 준수사항(음주금지 등)에 기간을 정하지 않았다면 위법이므로 이를 어겼다고 해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마용주 대법관)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전자장치부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는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전자장치부착법) 취지에 비춰 전자감독 대상자에게 내리는 ‘음주금지’ ‘음주측정 응낙’ 같은 추가 준수사항은 부착기간 범위 안에서 준수기간을 특정해 부과해야 하며 기간을 정하지 않은 명령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4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4년과 7년간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받아 2017년 12월 16일 형 집행을 마친 뒤 부착명령 집행을 시작했다. 2024년 3월 6일 법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 음주 금지’와 ‘보호관찰관의 정당한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추가 준수사항으로 통지했지만 준수기간은 특정하지 않았다.

같은 해 4월 16일 남양주시 일대에서 보호관찰소 직원들이 준수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에서 A씨는 음주측정 요구를 여러 차례 거부하다가 결국 응했고, 혈중알코올농도 0.107%가 확인됐다. A씨가 이 상태로 약 8㎞를 운전한 사실도 인정됐다.

하지만 A씨는 “기간을 특정하지 않은 추가 준수사항은 위법하고 이를 근거로 한 측정 요구와 결과도 효력이 없다”고 다퉜다.

1심은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과 전자장치부착법 위반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2심도 이를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준수사항은 위법하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은 이 사건 추가 준수사항은 전자장치부착법을 위반하므로 전자장치부착법을 적용해 처벌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전자장치부착법 제9조 1항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선고하는 경우 부착기간의 범위에서 준수기간을 정해 준수사항을 부과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준수기간을 정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취지다.

대법원은 또 “추가 준수사항이 위법하므로 보호관찰관은 이를 근거로 A씨에게 음주측정에 응할 것을 요구할 수 없고, 그러한 요구에 따른 음주측정결과 또한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된 증거로서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음주운전 혐의도 무죄 취지로 판단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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