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 4만5000 돌파…연일 사상 최고치 경신
“34년 만에 최고점 찍던 지난해 같은 열기는 없어”
일본은행 통화정책 방향·자민당 총재 선거 등 변수
국내 주식시장이 연일 역사적 최고가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 증시도 뜨겁다. 뉴욕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이번주 예정된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등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이시바 시게루 총리 사임 발표 이후 새 정권의 재정 및 금융정책에 대한 변화 기대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지수는 16일 오전 장중 4만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 개장과 함께 4만4948.85로 개시해 9시9분 기준 4만5008.24까지 상승해 전날 종가 대비 240.12포인트(0.54%) 오른채 거래됐다.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가 4만5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이에 앞서 닛케이지수는 15일 종가 기준 4만4768.12포인트로 전날 대비 0.89%(395.62) 상승 마감했다. 닛케이지수는 이날 장중 최고가도 4만4888.02로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이날 지수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주에 이어 4일 연속 상승세다. 닛케이지수는 15일 종가 기준으로 올해 1월 개장(3만9307.05) 당시에 비해 13.9% 상승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 증시 시가총액은 프라임시장이 15일 종가 기준 1084조7922억엔(약 1경200조원), 스탠다드시장은 33조352억엔(약 310조원) 규모로 커졌다. 아울러 이날 종가 기준으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53배, 주가수익비율(PER)은 16.80배 수준이다.
이 신문은 “간밤에 미국 증시에서 하이테크 기업의 주가가 시장을 견인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며 “일본 증시에서도 인공지능(AI) 관련 종목을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주식시장이 이처럼 연일 역사적인 고점을 경신하고 있지만 투자자들 분위기는 비교적 차분하다는 평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최근 증시와 관련 “주식시장이 뜨겁지 않게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증시가 과열되지 않게 슬금슬금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는 점을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신문은 이러한 흐름의 배경으로 상장지수펀드(ETF)의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했다. 신문은 “지난해 버블경제 이후 34년 만에 주가가 피크를 보였던 때와 같은 열기는 없다”면서 “일본 주식시장에 기계적으로 유동성이 흘러들기 때문”이라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일본법인인 BofA증권 관계자는 “ETF를 통해서 광범위한 개별 종목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며 “전세계 주가지수와 연동한 인덱스 펀드는 갈수록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일본 주식시장 담당 관계자는 “올해 2월 이후 투자처를 찾던 해외 연기금측과 대화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며 “이들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일본 주식시장에 대해 아직 모르는 초보자도 관심을 갖기 시작할 정도”라고 말했다.
향후 일본 증시 전망은 당분간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이번주 미국 연준의 금리인하가 확인되고 일본은행의 기준금리도 동결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가와기타 히로미츠 네즈아시아캐피탈리미티드 연구위원은 “미국 연준이 올해 기준금리를 세차례에 걸쳐 0.75%p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이 높다”며 “연준과 일본은행의 결정이 단기적으로 일본 증시에는 호재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가와기타 연구위원은 다만 “파월 연준 의장과 우에다 총재의 향후 금리정책과 관련한 발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의 펀더멘탈이나 증시 수급 측면에서도 강하지 않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개최해 정책금리를 결정한다. 시장에서는 현행 연 0.5%인 정책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일본은행이 이번달에도 금리를 동결하면 올해 1월 인상 이후 다섯차례 연속 묶어두는 셈이다. 도쿄리서치 조사에 따르면,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와 관련 10월이 33%로 가장 높다. 이어서 12월(32%)과 2026년 1월(21%)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특히 다음달 4일로 예정된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누가 당선돼 차기 일본 총리가 될지도 변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5일 “차기 자민당 총재가 누가되는냐에 따라서 일본은행의 금리인상 페이스가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며 “향후 미국발 관세에 따른 기업의 실적과 내년도 임금인상 등의 영향도 주목된다”고 분석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